엄마는 집에 있는 사람

by Slowlifer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어린아이를 떼놓고 돈 버는 게 의미가 있을까,

무슨 부귀영화를 얼마나 누리려고.


아기를 낳기 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쌓아온 커리어인데 아기 때문에 포기해?

일이라는 게 꼭 돈 버는 수단은 아닌데?

그게 정 걸리면 아빠가 집에 있으면 되지 왜 꼭 엄마여야 해?


그랬다.

나에게는 일이 중요했고, 아이를 낳는다고 그 가치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했다.


내가 일을 우선해서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지 못하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할까 봐.


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나를 몰랐다.

아이가 생기자 우선순위는 자연스럽게 교체되었다. 적어도 마음속으로는.


그리고 그런 내 안에도 내가 몰랐던 엄청나게 커다란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이 옆에 있어줘야 할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기도 전,

나는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엄마’가 되었다.


어떤 이는 나의 지금 이 멈춤이 오히려 잘되었다고도 한다. 한참 엄마가 필요한 시기에 엄마가 옆에서 챙겨줄 수 있다고.


병가를 내면서 아이의 등하원을 도와주시던 어머님은 집으로 돌아가셨다. 엄마가 집에 있는데 더 이상 할머니가 등하원을 시켜줄 이유는 없으니까.


이제 막 말을 떼기 시작한 아기는 내가 잠깐 어디 외출이라도 할려치면 폭풍 오열을 하며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엄마는 어디 안 가.”

“엄마는 집에 있어.”

“아빠만 회사 가. 엄마는 안 가.”


대충 어디 가지말고 집에 있으라는 얘기.


한편으로는 한창 엄마 껌딱지인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도 나의 신분이 적응이 되지 않아 아기에게 말한다.


“엄마도 일 해~ 지금은 잠깐 쉬고 있는 거야. “

“웅!”

알아듣는 건지 아닌 건지 해맑기만 한 아기를 보며 괜한 소리를 했나 후회를 하기도 한다.


내가 살려고 병가를 냈다.

아기와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병가를 낸 건 아니었다.


여하튼 어쩌면 아기와 함께할 수 있는 이 시간은 내게 일종의 ‘덤’ 같은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기가 있어 마냥 누워있을 수 없었다.

아기가 있어 자주 웃을 수 있었다.

아기가 있어 더 깊은 우울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아기가 있어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내가 아기 옆에 있어준 건지,

아기가 내 옆에 있어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간이 아기와 나 모두에게 참 필요한 시간이었던 건 분명한 것 같다.


마음만은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어서 선택한 쉼이었지만, 어쩌면 아기가 나를 건강한 엄마로 만들고 있는 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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