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를 받는 일

저는 지금 병가중입니다 2

by Slowlifer

정신과.


정신과라는 그 특유의 문턱 때문인지

요즘은 주로 정신건강의학과로 표기가 되는듯하다.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는 달리 많이 좋아졌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게 모르게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 같다.


뼈가 부러져서 정형외과를 찾거나

감기가 걸려서 내과를 찾는 것에 대해서는

참 당연시 여기는데,


마음이 툭 부러진 것 같거나

마음 면역이 약해져 정신과를 방문하는 일은

남도 아닌 나부터가

어딘지 모르게 스스로 낙인을 찍는 것만 같으니까.


남들이 아닌,

나부터가 정신과 환자라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6개월 전,

낙인이고 뭐고 고려할 힘조차 남지 않았던 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신과를 찾았다.


나의 임상적 추정에 의한 병명은 적응장애.

직장내 괴롭힘을 받은 피해자들이 주로 이 진단을 받는다고 했다.


국제질병분류코드가 떡 하니 적힌

진단서를 받아들고 나왔을때의 그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내가 정신병에 걸린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느낌이었달까.

정신병이라는 게 결국은 마음이 아프다는 건데,

마음이 아프면 병이 생길 수도 있고

감기처럼 약 잘 먹고 치료 받으며 나으면 그만인건데

왜 나는 그런 기분을 느꼈을까.


아마도 여전히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볼까, 라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거다.


남들이 뭐라하건 내가 아픈데 병원가야지 뭐,

라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의사가 써준 진단서에 정확하게 병명이 표기 되니

마음이 마냥 아무렇지 않을수는 없었던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진단을 받고, 약도 먹고, 상담도 꾸준히 받으며

나는 처음보다 훨씬 많이 회복이 되었다.


약이 없어도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어서 병원에 갔지만,

이제는 내 마음을 내가 제일 잘 알 것 같다.


나는 더이상 약이 필요하지 않다.

더이상 진료가 필요하지 않다.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방향을 거스르는 일만 그만 하면 되는거였다.


결심을 했다.

이 고리를 끊어내기로.


그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병원을 다시 찾았다.

병원이라는 곳은 언제 가도 기분이 좋지 않다.


다시 한번 진단서를 받아 나왔다.

온몸에 힘이 쭈욱 빠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그 날과는 분명 다른 기분이었다.


약간의 홀가분함

그리고 약간의 해방감


어딘지 모르게 깊숙한 마음에서는 울컥하는 마음도 느껴졌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여기까지 오느라 너무 고생했다, 스스로 위로하는 마음이었을까.


그렇게 나는 오늘

정신과 진단서를 다시 받아들고 나왔다.


회복 되었다는 공식적인 진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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