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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요가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었다

3부. 내 호흡 찾기 (요가 편)

by Slowlifer


내 인생이 요가를 만나기 전 후로 달라졌다고 말하자니 어쩐지 거창한 느낌에 조금은 민망하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요가를 통해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 당연해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의 호흡의 속도를 처음으로 온전히 느낄 수 있었고,

그 호흡에서 느껴지는 나의 깊은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요가를 하며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었기에 어제보다 단단한 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고

더 이상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준비된 만큼씩만이라도 천천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요가를 하는 동안 나는 많이 성숙해졌고 성숙해진 나의 삶 역시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쪽으로.


한 평도 채 안 되는 좁은 요가 매트 안에서 나는 매트 밖의 세상을 ‘잘’ 살아내기 위한 삶에 ‘진짜로’ 필요한 기술들을 하나씩 깨달아갔고, 매트 밖 세상 역시 매트 안에서 마주하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 나는 그저 나의 속도대로 나의 길을 가면 된다

요가원을 처음 찾았던 때의 나는 늘 그랬듯 나를 남들과 비교하였다. 즉 나의 속도를 인정해주지 못했다, 아니 나의 속도를 알지 못했다.


늘 끊임없이 주변인들과 나를 비교했고, 늘 만족하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허기에 허덕였다. 왜?라는 이유도 생각해보지 않은 채 그저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 부단히 도 애썼다. 당연하게도 누구를 위한 경쟁과 그토록 치열한 애씀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의 그 오랜 관성은 요가원 원장선생님이 지속적으로 들려주시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그 말씀을 들으며 깨트려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돼요”


여기서는 잘하고 못하고 가 없다는 말. 바로 그 말이 늘 어디에서건 경쟁해야 했고, 늘 이겨야 했고, 잘나야 했고, 잘해야 했던 나를 비로소 멈추게 했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내 속도대로만 천천히 나의 수련을 이어가면 된다는 그 말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 나의 빗장을 풀어내기에 충분했다.



2.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답답함 가슴을 안고 살기 위해, 살고 싶어 본능적으로 찾아가게 된 요가원이 진짜 나를 살렸다.


보통 들숨 후 날숨이라고 알고 있지만, 반대로 먼저 내쉬어야지만 다시 들이쉴 수 있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선 인생의 많은 것들을 다른 자세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천천히 내 쉬는 연습을 해야 했다.


오랫동안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그 속도에 맞춰 살아내느라, 내 인생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남들의 기준에 맞추어 사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찬 줄도 모르고 숨 가쁘게 들이쉬기만 하던 내가 처음으로 천천히 내 숨을 내쉬는 연습을 했다.


이것은 곧, 내 삶의 속도를 줄여내는 연습이었다.


처음으로 인생의 브레이크를 밟아내기 위해 나는 천천히, 충분히, 내 속도대로 내쉬어도 결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반복적인 요가 수련으로 나에게 끊임없이 알려줘야 했다.


호흡에 집중하자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몸이 뻣뻣한 것이 아니라 더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었던 내 마음이라는 사실이었다.


마음이 굳어 몸이 굳었던 것이다. 몸과 마음이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그저 꾸준한 요가 수련으로 터득한 진리였다.


타고나길 나무막대기라 생각했는데, 천천히 숨 쉬는 연습을 통해 호흡이 정돈하자 마음이 이내 차분해져 갔고 마음이 말랑해지니 몸도 천천히 말랑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알아차리고 마주하는 힘


속도를 늦추면 누군가가 나를 바로 삼키기라도 할 듯 나는 전속력을 다해 달렸고 나의 속도를 쉬이 늦추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불안해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들을 지루해했다.


잠깐이라도 멈췄다간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았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라며 마음속으로는 늘 본전을 따졌고 그런 내 마음에 여유가 깃들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저 절대 다시 내려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뭔지는 몰라도 손에 쥔 것들을 내려놓으면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불안이었다.

정확히 불안 뒤에 숨은 감정은 여러기지 모습의 두려움이었다


요가를 통해 내가 불안을 대하는 자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불안을 두려워했고, 두려움이라는 마음의 고통을 회피했다.


단 한 번도 그 고통 앞에 제대로 서보지 못했다. 그저 못 본 척을 한다거나, 두렵지 않은 척을 한다거나 하는 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하지만 요가 매트 위의 나는 매일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연습을 했다.


고통을 마주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고통이 느껴질 때 눈을 질끈 감는 대신 호흡으로 의식을 옮겼다. 들숨, 날숨.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고통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것을. 세상에는 찰나 같은 행복처럼 영원한 고통도 없다는 것을.


그렇게 매트 안에서 나는 매일 같이 나를 조금씩 키워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다시 세상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올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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