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내 호흡 찾기_요가
어쩌다 요가를 하게 되었나요?
글쎄요,
그냥 문득 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겨우 침대에서 일어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바깥세상을 마주 할 힘이 없었다.
여전히 상처받은 어린 내면아이를 가진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오직 나의 아기에게만큼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웃어 보이는 일,
그리고 한평 남짓한 베란다에 식물을 가득 채워 넣고 식물을 돌보며 알 수 없는 힘을 얻는 일뿐이었다.
그러던 내게 어느 날 문득 ‘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던 어느 날이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엇이 나를 그곳으로 이끄는 듯했다. 나는 꼭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요가원에 상담 신청을 했다.
요가를 하게 된 계기를 이 이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평소에 요가는 지루하기만 한 정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히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나랑은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한 달 과정을 등록했다.
한 달 해보고 아님 말지 뭐, 하는 심정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내 직감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나날들이었기에.
그땐 몰랐다.
요가를 하기 전과 후의 나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요가를 하기 전과 후에 내가 내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어떻게 달라질지.
그렇게 나는 요가를 통해 나의 호흡을 만났다.
불안으로 가득 찬 당시의 나의 호흡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주 짧고 불규칙했고,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호흡을 멈추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요가를 통해
나의 호흡을,
나의 숨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해서 의식조차 해본 적 없던 나의 숨을,
그 당연한 호흡을 요가수련을 통해 내가 조절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어떤 숨을 쉬고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호흡은 정직하게 ‘지금의 나’를 보여주었다.
내가 편안한지 불안한지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지 이미 지나버린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지.
그리고 놀랍게도 경직된 나를, 불안한 나를,
그래서 짧고 불규칙한 호흡을 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나의 불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랬다.
불안과 우울과 무기력에 짓눌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때의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요가를 만났다.
영적인 끌림과 같은 느낌은 아니다. 그저 나의 직관적인 끌림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나는 나의 직관을 따랐고,
요가는 인생에서 누구나 꼭 한 번쯤은 필요한 사색의 시간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