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퇴근길
뛰어 오는 누군가가 있어 열림 버튼을 누른다. 시계를 보니 8시 49분. 이 시간의 엘리베이터는 다른 사람과 같이 타게 된다. 뒤에 온 후배와 인사를 주고받는다. 문이 닫힌다. 9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길다. 뭐라 한 마디라도 건네야 할 것 같아진다. 오늘 아침의 추위에 대해서, 월요일 출근의 막막함에 대해서. 나는 망설인다. 바쁜 와중에도 담배를 피웠는지, 후배에게서 불쾌한 냄새가 끼쳐 온다. 먼저 내리는 후배의 등을 본다. 내 입은 끝까지 닫혀 있다.
이곳으로 출근한 지 세 달째인데, 이제 겨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한 명 생겼다. 물론 소소한 이야기라는 것도, 알고 보면 내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 위한 안전거리의 다른 이름인지 모른다. 그래도 요즘은 그 거리 안에서나마 마음 편하게 웃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처음에 가장 불편했던 것은 같이 밥 먹는 일이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동안, 내게는 식사 시간이 따로 없었다. 회사에서 매일 점심을 먹느니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때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계를 대고 점심시간을 피하기도 했다. ‘일이 있다’라는 마법 같은 말. 누구도 그 선은 넘지 않았다.
나를 어딘가 결여된 사람으로 느끼기도 한다. 음식을 우르르 포위하고 서서 나무젓가락이나 포크 따위를 놀리는 일, 생일케이크나 누군가 사온 간식을 나눠 먹는 시간은 정말 참여하고 싶지 않다. 내 포크에 꽂힐 시선도, 지저분하게 먹는 다른 사람도, 음식을 떨어뜨렸을 때 붉어지는 내 귀도 다 피하고 싶다. 일대일 이상의 관계를 부담스러워하는 나. 역할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고서는 모임에 어울리지 못한다.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는 사진을 찍기 위한 역할과 거리가 있다. 나의 결여는 나를 안전한 거리 속에 둔다.
퇴근하는 엘리베이터에서는 대개 혼자다. 1층까지의 시간에, 나는 오늘 나눴던 대화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괜찮았는가. 너무 많이 말하지는 않았는가.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떤 날은 후회가 밀려오고 어떤 것은 더 긴 기억으로 이어진다.
내가 마음을 연다기보다, 내 마음이 열릴 때가 있다. 정말 드문 순간이다. 드물지만, 드물게 마음을 열어 놓은 곳으로 나는 언제고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내 작은 지도가 한 뼘 정도 넓어지는 일. 사람이거나, 사람이 만든 책이거나, 사람이 지나간 흔적과의 만남. 그런 만남은 내 마음에 별로 떠 영혼의 별자리를 만든다. 나는 기다린다. 나는 좁고, 춥고, 어둡고, 아둔하다. 나를 바꾸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별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