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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혜 Feb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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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10 화

 주요우울장애. 약물치료학 단원이었다. 조 교수님은 증량(titration)과 감량(tapering)을 가르쳤다. 약물 용량 조절에 쓰이는 용어였다. 얼핏 대척점인 듯하나, 데칼코마니처럼 똑 닮았다. 지향하는 바가 같았다. 용량이 갑자기 변한다. 몸이 적응하지 못한다. 부작용이 생긴다. 용량을 서서히 바꾼다. 방지한다. 약물을 시작할 때다. 낮은 시작용량에서 점차 용량을 늘린다. 증량한다. 약물을 중단할 때다. 수 주에 걸쳐 감량한다. 서서히 용량을 줄이다 끊는다. 정신질환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다. 뚝 맺지 않는다. 감량한다. 스테로이드제도 마찬가지였다. 온화가 마지막으로 검수한 처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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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dnisolone 5mg 1 tab qd 1 day (※ 참고사항 : 마지막 날)

 환자는 약을 총 팔 일간 복용한다. 첫날과 둘째 날은 프레드니솔론(스테로이드 일종) 25mg을 아침, 저녁에 먹는다. 셋째 날과 넷째 날은 20mg을, 다섯째 날에는 15mg을, 여섯째 날에는 10mg을, 일곱째 날에는 5mg을 아침과 저녁에 복용한다. 마지막 여덟째 날에는 5mg을 한 알을 하루에 한 번 복용한다. 실습 삼 주차가 끝날 무렵이었다. 온화는 삼차 병원 처방을 쉽게 읽었다.


 시침이 숫자 삼을 가리켰다. 조제실 업무를 맺었다. 송 약사는 온화를 불렀다. 복약대였다. 미색 테이블이었다. 배꼽 위까지 올라왔다. 약사와 환자를 갈랐다. 위치를 알렸다. 온화는 뒤쪽 의자에 앉았다. 새파란 플라스틱이었다. 일반의약품 선반을 등졌다. 송 약사를 견학했다. 환자에게 비음 섞인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부를 물었다. 퉁퉁한 손이 바빴다. 약을 봉지에 담았다. 입담을 주고받았다. 가벼웠다. 유쾌했다. 건강 상태, 약물 부작용 여부를 자연스레 확인했다. 퍽 약사다웠다.


 약사 지도하에, 실습생도 복약 방법을 설명할 수 있었다. 약국은 바빴다. 뒤를 봐줄 약사는 없었다. 온화는 단순한 처방을 맡았다. 치과가 주였다. 사랑니 뽑은 환자였다. 멀리서도 티가 났다. 또래로 보였다. 해쓱하니 진 빠진 얼굴이었다. 뺨에 얼음팩을 대었다. 온화는 초조했다. 투약구를 수시로 쳐다보았다. 약이 나오길 기다렸다. 돈도 안 받으면서, 복약지도가 밥줄이라도 되는 양 안달복달했다. 환자에게 하는 말은 똑같았다. 판에 박힌 문구였다. 줄줄 읊었다. 상냥한 로봇이 되었다.

 ― 안녕하세요, 모 환자분 맞으시죠? 이번에 치과 다녀오셨네요. 사랑니 뽑으셨죠. 이 약은 소독용 가글인데요. 15mL 정도 따르시고, 20~40초 오물오물하고 뱉으시면 됩니다. 하루에 두세 번 하시고요. 물이랑 닿으면 소독 효과가 떨어져서요. 따로 물로 헹구시지 마시고, 삼십 분간은 물 안 드시는 게 더 좋아요. 처방 약도 있네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식후에 드시는 약인데요. 오 일 치 나왔습니다. 여기 캡슐은 항생제고요, 노란 알약은 소염진통제, 흰색 알약은 위장 보호해주는 약입니다. 안 아파서 중단했다가, 다시 드시면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어요. 처방된 약은 끝까지 다 드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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