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말해줘서 고맙다.
1. 저에게는 팀원이 6명 있는데, 이 중 3명이 농담 아닌 진담처럼 1달 뒤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제가 불안해 보였겠죠. 한편으로는 그만큼(돌아오기를 바랄 만큼) 팀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자부하고 싶은데, 맞을까요?
2. 일을 해나가며 Team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곰곰이 종종 생각합니다. 휴직 중 어느 날은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팀으로는 돌아가고 싶거든요. 매니저라는 자리가 한없이 무겁고 버거운 한편 팀 덕분에 버티고 해내고 여기까지 왔다는 깨달음도 있습니다.
3. 팀이라고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우리 팀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합니다. 제가 분노하면 같이 분노하고, A가 힘들면 같이 힘들고 또 B가 잘되면 함께 기뻐하고. 그럴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A의 업무가 아닌데도 B와 함께 하는 업무에 발 벗고 나서고 그 자리에 함께해 줍니다. B가 힘드니 챙겨주면 어떻겠냐(내가 너무 바빠 기력이 없으니)라고 말하면 C가 와서 B를 챙깁니다.
4. 어쩌다 보니 팔불출처럼 팀 자랑이 되었네요. 자랑할 거리가 있는 팀이라 고맙고 든든합니다. 어쩌면 이런 팀이기에 매니저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제가 1달 휴직할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런 매니저를 꿋꿋하게 보내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는 정말 팀원들이 안 돼요, 가지 마세요 하면 발걸음이 안 떨어지겠더라고요. 그래서 팀원들에게 먼저 허락을 구했습니다. 그들의 허락이 형식적으로는 필요 없지만 저에게는 간절했습니다. 팀원들이 동의해 줘야 비로소 내가 잘한 결정이라고 지지받는다고 느꼈으니까요.
5. 어쨌든 H님, S님, Y님이 제게 말했어요. “K님, 꼭 돌아온다는 각서 쓰고 가세요. 절대 딴 데 가시면 안돼요.” (이들의 머릿속에도 내가 일을 계속 쉴 거라는 옵션은 없는 듯하다.) 때로는 S님이 H님께 “H님, 각서 받아뒀나요? 이거 꼭 써야 할거 같은데~”라며 그들끼리 결의를 더욱 다지기도 합니다.
6. 그런 팀이 고마워 못난 팀장은 자꾸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일이 많을 게 뻔히 보여서, 내가 없는 동안 나의 매니저에게 시달릴(?) 그들의 고난이 예상되어서 등등등. 팀원들의 진짜 속사정은 사실 제가 없어서 엄청 좋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매니저의 휴가날을 직장인들은 ‘어린이날’이라고 하니까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도 팀이니까 고맙고 미안한데, 고마움만 가지고 미안함은 놓으려 합니다. 이마저도 저의 지나친 오지랖과 책임감이라는 생각을 해요. 우리는 함께 일하지만 또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거니까요.
7. 결론을 말하자면, 각서는 안 썼고 저는 돌아갑니다. 기다려준 팀원들에게로, 또 새롭게 팀에 조인할 새로운 팀원과 만나러 갑니다. 일을 생각하면 여전히 복잡하고 또 다른 관계들에서의 스트레스와 역학은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팀에게는 꼭 맛있는 점심 한 끼씩 대접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8. 회사생활이란 건 이토록 아이러니합니다. 사람이 힘들지만, 또 사람으로 인해 다닐만 하거든요.
이러나저러나, I’m coming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