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그릇된
만평우동 (2025)
오늘 이 사람은 뒤집어져 있다. 다리는 하늘을 향해 꼿꼿이 편 채로, 팔로 바닥을 짚는다. 거꾸로 세상을 보고 있다. 속이 울렁거리는 건 거꾸로 걷고 있기 때문이다.
두 발로 땅을 걷기를 포기한다. 엉금엉금 기어서 책상 밑으로 들어간다.
눈앞이 빙빙 돌아서 뜨고 있기가 어렵다.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것이 어렵다.
손을 가만히 내려놓는 것이 어렵다.
두 다리를 잡고 들어 올려 탈탈 털어본다. 바들바들 떨면서 저녁으로 먹은 우동을 토해낸다. 오늘 이 사람이 먹은 전부다.
우동은 ‘우동’하고 쏟아질까. ‘동우’하고 쏟아질까. ㅇ-ㅜ-ㄷ-ㅗ-ㅇ하고 쏟아질까. ㄷ-ㅜ-ㅇ-ㅇ-ㅗ 하고 쏟아질까.
민주는 우동 그릇을 뒤집는다. 책상 위에 흐트러진 면과 국물, 파조각 같은 것들이 구른다. 민주는 '우동이 아닌' '우동'의 위에 얼굴을 묻는다. 눈앞이 빙빙 돌아서 뜨고 있기가 어렵다.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것이 어렵다. 손을 가만히 내려놓는 것이 어렵다. 우동이 우동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눈을 감는다. 숨을 쉬지 않는다. 손을 가만 두지 않는다. 우동을 우동이라고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