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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2025)

자극, 반응

by 김민주

경칩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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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바람이 귓구멍을 파고 들어온다. 어떤 겨울의 바람은 그렇게 길고 뾰족하다. 이렇게 빼짝한 바람이 불 때, 민주는 다른 곳보다도 귀가 유난히 시리고 아프곤 했다.


봄이 되었다고 하니 개구리 한 마리가 빠르게, 하지만 아직은 굼뜬 움직임으로 슬그머니 기어 나온다. 봄이 되었다고 하여 나왔으나, 아직은 바람이 뾰족하여 그의 살갗이 아리다. 개구리는 몸을 움츠리고 엉금엉금 풀밭 사이에 몸을 숨긴다.


민주는 바람들을 듣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귀를 감싸 쥐었다. 이미 바람의 날카로운 손날에 베인 귀 안쪽이 알알하다.


바람은 매섭고 제멋대로이다. 멋대로 불어 개구리가 숨은 풀밭을 뒤흔든다.


민주는 작고 작고 작은 개구리를 손바닥 안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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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구리는 한 여름에 깨어났다. 뜨겁고 따가운 햇볕이 개구리의 등을 찌른다. 그 햇볕이 개구리의 등을 녹인다. 그 개구리는 퍽 바보 같은 녀석이었던 탓에 등이 녹고 있는 줄도 모르고 소리 높여 노래만 부른다. 그 소리가 한 여름의 밤을 소란스럽게 두드리고, 민주는 후덥지근한 여름밤을 산책하면서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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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덩하고 말캉한 것이 손바닥 안에서 꿈틀꿈틀 움직인다. 아직 차가운 손끝이 닿아 그것이 움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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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차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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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뛰어오르니 봄이 되었나 보다. 귀를 감싸 쥐고 있느라고 무엇도 하지 못했던 두 손으로 자유로이 허공을 휘저어 보았다. 공기를 가르면서 바람이 일었다. 그 바람은 여느 때의 바람과 달리 매끈하고 부드러워 풀밭에 숨어 있던 바보 같은 개구리 한 마리가 폴짝 뛰어올랐다. 나는 말랑하게 녹은 개구리 한 마리가 첨범첨벙 뛰어 여름으로 가는 것을 멀리서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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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손 끝이 찬 초 봄인데도, 그래도 봄이어서 민주는 쪼그려 앉아 개구리처럼 첨벙첨벙 뛰어 본다. 개굴개굴 울어 본다. 개구리는 아니면서도. 봄이 온다니 민주는 개구리처럼 노래를 부른다. 개굴. 개굴. 그 소리가 퍽 듣기에 좋아 사람들이 모두 '봄이 왔나 보다' 하며 편안히 잠드는 초봄의 어느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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