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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아리 Jun 26. 2024

사명감을 잃고 싶지 않아서

죽을 병에 걸린, 교사

육아 휴직 중이었던 2014년 4월의 봄날.

9시가 조금 되기 전,

아침부터 켜놓은 TV화면에서 '속보'가 떴다.


'350명 탄 여객선 침몰 중... 진도 부근 해상"


그리고 조금 뒤


"제주도 수학여행 학생 많이 탑승"


헬기에서 찍는 배의 모습이 화면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야.

아이들이 많이 타고 있다니...'


배가 누워있다.

거대한 배 주변으로 다른 배들과 헬기들이 모여든다.



온몸에 힘이 풀리며 '됐다. 됐어'를 읊조렸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화면 상단에 '구조'. '사망'. '실종'이 보이고 숫자가 올라간다.

그날의 충격과 슬픈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 많은 아이들을 잃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함께 했던 선생님들.

그 절박한 공간에서 끝까지 아이들을 지키려 했을 교사와 선생님을 믿었을 아이들의 모습이

감히 상상이 되어서

그날 이후 내 가슴에는 큰 구멍이 하나 뚫렸다.


그리고

2023년 7월 18일 저녁

교사 커뮤니티에서 수업 자료를 찾던 중 심상치 않는 글들이 올라온다.

"오늘 일 아시는 분?"

그리고 몇 시간 뒤 뉴스로 보도 된 그 일.


교실 한 켠의 작은 창고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걸로 그 선생님은 모두 설명되었다.

너무 소중한 동료교사를 잃었다.

그날 이후 내 가슴에는 더 큰 구멍이 뚫렸다.

 

교사로서 쉼 없이 연구했고, 성장했다.

자부심도 있었고, 자신감도 있었다.

어떤 아이를 만나도 자신 있었다.

힘든 아이도 나를 만나면 바뀌었다.


그런데

다 싫어졌다.

수업도, 아이들도, 학부모도, 동료들도.

화가 났다. 쉬이 식지 않았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고 원래 자리를 찾겠지..

그래, 시간이 지나니 내 본모습은 돌아왔다.


그런데

내가 병에 걸렸다.

죽을 병에 걸렸다.  


아이들의 미운 행동,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를 보고도 그냥 넘어간다.

10년이 넘는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다.

'미운 행동을 본다-고민한다-모른 척한다'

내가?

너무 충격적이다.

너무 큰 사건이다.


교사로서 죽을 병에 걸렸다.


내 자부심이었던

'사명감'을 잃어가고 있다.

'잃었다'라고 쓰면 난 이 글을 쓸 자격도 없을 것 같아서 '잃어가고 있다.','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쓰고 싶다.


"살고 싶다."

"사명감을 잃고 싶지 않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행복하고 싶다."


사명감을 잃는다면 죽은 교사나 다름없다.


그래서

나를 살리고자,

이 현장에서 살아내고 있는 동료교사들을 위해,

자세히 보면 가여운 아이들을 위해,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는 보호자들을 위해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 속 희노애락, 요즘 아이들의 모습,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어져버린 학부모, 교사들의 치밀한 자녀교육, 공교육의 한계, 진화하는 사교육, 요즘 학군 등'


교육을 살리고 싶은 교사의 '속'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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