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하고 싶다면
학교 공부는 교과서라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이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는 건 교과서가 어렵기 때문이다.
봐도 잘 모르겠으니 진득하게 앉아있기가 힘들다.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그중 가장 크게 바꿔놓은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의 여가시간과 언어능력이다.
-공부머리 독서법 중에서-
독서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독서교육을 중시한다. 그러나 요즘은 핀란드처럼 학교 교육과정 자체가 독서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도록 강제성이 더 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책을 안 읽어서,
아니면 읽어내지 못해서
읽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짐을 매년 교실에서 느끼기 때문이다.
초등은 정식 시험이 없기에
학부모들이 자녀 성적에 있어 소위 현타를 맞이하는 게 중2라고 한다.
중1 자유학기제가 끝나고 제대로 된 시험(?)을 치기 때문이다.
놀라는 근거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전체 중학생 중 최소 70% 이상은 지금 자신이 배우는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반에 10명 있다면 1-2명이 교과서 내용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초등교실도 비슷하다.
"얘들아, 루피도, 짱구도, 스누피도 책 읽더라."
"아하하하"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 선생님은 숙제를 하나만 줄 거야."
"오예?"
"[명작]이라는 말 들어봤니?"
"[명작]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훌륭한 작품을 말한단다."
"아~"
"[어린 왕자]라는 책 알아?"
"네, 저희 집에 있어요."
"[빨간 머리 앤]은 알아?"
"네, 도서관에서 봤어요."
"그래, [빨간 머리 앤]이라는 책은 세상에 나온 지 얼마나 됐을까?"
"5년!", "20년!"
"30년"
"야, 30년은 너무했다."
"100년 넘었는데? 올해로 108년 되었어. 그런데 지금까지 전 세계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단다. 선생님은 작년에도 한 번 더 읽어서 총 3번 읽었는데, 작년에는 책을 읽는데 눈물도 나더라."
"너희가 방학 때 [명작]이라는 이름난,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을 읽어보면 좋겠어. 해볼래?"
"네~!!!!"
"그래, 여기 선생님이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세계 명작 책 30권 제목을 준비했어."
"우와"
"지금부터 방학이 한 달 남았잖아. 한 달 동안 방학 동안 읽을 한 권의 책을 고를 거야. 학교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고, 집 책꽂이도 찾아보고, 우리 동네 도서관도 가보고, 서점도 가보고 해서 읽고 싶은 책을 잘 골라봐."
"네"
"그리고 책 한쪽, 한쪽에 그게 무엇이든 나의 생각을 적어볼 거야. 1쪽부터 끝쪽까지... 이게 숙제다."
10살 아이들에게 세계명작은 어려울 수도 있고,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완벽히 이해하진 못해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나이다.
학부모에게도 (떨리는 마음으로)이 방학숙제의 목적을 안내하며 가정에 협조를 부탁했다.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아이들이 한 권씩 선택한 책을 가져왔다. 2/3가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새 책을 구입했고, 1/3은 집에 있는 책 중 잘 골라왔다. 모든 아이들의 책상 위에 올려진 두꺼운 책 한 권에 마음이 뭉클했다. 열심히 고른 아이들에게도 민원을 넣지 않은 학부모에게도 고마웠다. 그렇게 방학 숙제는 시작되었다.
"자, 방학 숙제 다 했어?"
"네!!"
"한 명씩 가지고 나와."
"다 읽었어?", "안 어려웠어?"
아이들은 매 쪽수마다 자신의 생각을 적은 책을 가지고 나왔고 모두 다 읽었다고 하며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다 읽었다는 너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선생님은 널 믿을 거야!)
아쉬운 건,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 밑에 밑줄을 긋고 '이건 무슨 뜻이지?'가 가장 많았다.
"사전 찾아보지 그랬어?"라는 내 말에 모두 눈웃음으로 답을 한다.
그런데 민하가 가져온 [안네의 일기] 책이 내 마음을 울컹 거리게 만들었다.
아이가 읽고 난 뒤, 민하 엄마는 아이의 생각에 댓글을 쓰거나, 모르는 단어의 뜻이나 배경 지식에 대해 정성껏 알려주는 메시지가 모든 페이지에 있었다.
그렇게 민하는 두 번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민하는 [안네의 일기] 책을 통해 읽기 능력은 물론이고, 엄마의 사랑을 그 이상으로 느꼈으리라.
민하는 책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을까.
많은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내어준 방학숙제에 내가 더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민하 어머니께 감사했다.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다.
"얘들아, 국어책에 독서단원은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 공부할 거야. 그런데 장소는 도서관이야."
"오예!"
"도서관에서 주말까지 읽을 책을 천천히, 정성껏 고를 거야."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동안 나도 내 책을 골랐다.
아이들이 어떤 책을 고르는지 다니며 살펴본다.
딱 걸렸다.
"준혁아,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는 다~~음에 읽을까?"
한 명씩 한 명씩 자리에 앉는다.
23명이 정성껏 자신이 읽을 책을 골랐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
2학기에는 아이들의 '읽기 능력'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게임 그만하고 책 읽어!"라는 잔소리도 멈춰보려고 한다.
수요일 이 시간은 선생님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이다.
민하 엄마처럼 23명 한 명 한 명의 책에 댓글을 달아주진 못하지만
선생님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책을 읽고,
책을 가져오면 '좋은 책 잘 골랐네'라는 선생님의 말 한마디.
꾸준히 하다 보면 적어도 책에 친숙해지지 않을까.
내년 2월까지 하다 보면
심심해서 책 읽는다는 말을 하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