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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초하 Feb 25. 2024

출근 전 나만의 아침 루틴, 폼롤러 명상

잠만보의 미라클 모닝 이야기

명상을 시작하며 꼭 실천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침 명상이었다. 눈 뜨자마자 침대를 정리하고 자리에 앉아 가만히 명상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만 해도 멋져 보였다. 당장이라도 빌게이츠, 워런버핏처럼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하루의 시작을 좀 더 차분하게,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웬걸?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나는 아침잠이 너무나 많은 잠만보라는 것. 3n년 동안 아침잠과의 싸움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 늘 아침에 3~4번의 알람을 듣고 겨우 눈을 뜬다. 나에게 아침시간 5분은 1시간과도 같다. 명상을 하기 위해 평소보다 5분 일찍 일어난다는 건, 체감으로 1시간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소리와 같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잠만보의 아침 명상은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다.





- 아침에 첫 번째 알람이 울린다.

- 첫 번째 알람을 끈다. 두 번째 알람이 울릴 것이란 사실을 안다. 다시 또 잔다.

- 10분 후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 두 번째 알람을 끈다. 세 번째 알람이 울리 것이란 사실을 안다. 다시 또 잔다.

- 10분 후 세 번째 알림이 울린다. 마지막 알람이다.

- 세 번째 알람을 끈다. 어제 자기 전, 아침에 명상을 하기 위해 평소보다 10분 일찍 세팅한 알람인 것을 안다. 명상을 하려면 지금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도저히 일어나지는 못하겠다. 몸이 너무 무겁다.

- 누워서 명상을 시도한다. 누워서 한쪽 눈만 겨우 뜬 상태로 유튜브에서 아침 명상을 검색한다. 10분짜리 적당한 영상 하나를 플레이한다.

- 눈을 감고 명상 가이드에 집중한다.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 쉬..... 고..

-.......?!?!...

- 명상 가이드가 끝나버렸다. 나는 또 졸았다. 오늘도 아침 명상에 실패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10분 늦게 일어나고 잠이나 더 잘걸..



 



약 한 달간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깨달았다. 아침에 누워서 명상을 한다는 건, 떡볶이는 먹고 싶지만 살은 찌지 않겠단 생각과 똑같다는 걸... 아침에 명상하려면 내 등과 침대가 붙어있으면 안 됐다. 그럼 내 등을 어디다 붙여야 하지? 벽에 기대야 하나? 아냐. 괜히 고개만 헤드뱅잉만 할게 뻔했다. 어떻게 해야 졸지 않고 명상을 할 수 있지? 바로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폼롤러!


종종 폼롤러 스트레칭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트레칭은 폼롤러를 세로로 길게 두고, 그 위에 몸을 눕혀 양손을 천장을 향하게 두고 어깨를 펴주는 동작이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말린 어깨, 굽은 어깨를 펴주는 동작이다. 한번 하면 어깨가 쫙 펴지는 기분이 들어 시원하고 좋다.


'그래. 폼롤러 위에 누워서 명상하면 졸 수 없지 않을까? 균형을 잡아야 하니 잠들진 못할 것 같아'




다음 날, 아침에 어김없이 알람이 울렸다. 세 번의 알람을 끝으로 겨우 눈이 떠졌다. 겨우 몸을 일으키고 침대 밖으로 나왔다. 침대 밖으로 나온 것만으로도 50%는 성공이다.


방 한켠에 있던 폼롤러를 꺼내와서 바닥에 눕혔다. 명상하며 졸지 않고 더 집중하기 위해 헤드폰도 착용했다. 유튜브에서 적당한 아침 명상 가이드를 하나 재생한다. 너무 길지 않은, 7분짜리 가이드다.


폼롤러 위에 조심히 몸을 눕힌다. 양손은 천장을 향하게 두고 어깨를 핀다. 밤 사이 자느라 굳어있던 몸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기분이다. 특히 옆으로 누워 자서 밤사이 찌그러져 있던 어깨가 쫙 펴지는 기분이다. 몸이 깨어나니 정신도 깨어나는 것 같다. 헤드폰에서 나오는 명상 가이드에 맞춰 호흡을 한다.


- 숨을 크게 들이쉬고

- 내쉽니다.

- 한번 더 숨을 크게 들이쉬고

- 내쉽니다.


호흡을 하며 폼롤러 위의 내 몸에 집중한다. 나는 지금 폼롤러 정중앙에 잘 누워있나? 어느 한쪽으로 내 몸이 치우치진 않았나? 몸으로부터 양손의 간격은 동일한가? 내 양 발은 중심을 잘 잡고 있는 중인가? 허리는 불편하지 않은가? 나는 지금 중심을 잘 잡고 있는가? 말려있던 내 어깨는 잘 펴지고 있는가?


- 이제 호흡에 의식하지 않고, 내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던 호흡을 멈추고 내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돌아온다. 내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눈을 감은채 자연스럽게 호흡을 이어간다. 명상 가이드에서는 아침을 여는 이야기가 나온다.


- 행복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에요. 내가 행복을 선택하면 오늘 나의 하루는 행복해지고, 내가 불행을 선택하면 오늘은 불행한 하루가 됩니다. 행복한 하루를 선택하세요.  


행복을 선택하라는 것은 좋은 말이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같은 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근데 조금 추운 것 같은데? 손 끝이 시려. 오늘 많이 춥나? 생각해 보니 아침인데 햇볕도 안 들고 바깥이 어두운 것 같아. 비가 오는 중인가? 점심시간에 밥 먹고 산책 나가려 했는데 비 오면 나가기 싫은데... 점심엔 뭐 먹지? 대충 요거트나 먹을까? 아 점심시간 직전에 회의 있는데 자료 준비를 하나도 안 했네. 언제 다 하지? 아 회사생각 안돼! 잠깐, 나 언제부터 딴 생각 한거지?


- 다시 내 호흡에 집중합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세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숨을 내쉬고.


- 숨을 크게 들이쉴 때, 아침의 에너지가 내 몸속에 들어오고, 숨을 크게 내쉴 때, 부정적인 기운이 내 몸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숨을 내쉬고.


- 지금부터 제 가이드 없이, 1분 동안 편안하게 명상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오케이! 1분 동안 정말 집중하고 내 호흡에만 집중할거야. 들숨-날숨-들숨-날숨. 들이 쉬고-내쉬고, 들이 쉬고-내쉬고. 폼롤러 위에서 명상하는 거 괜찮은데? 발란스 유지하느라 졸 수가 없네. 근데 발이 시리다. 요가매트를 하나 사야 하나? 아 나 또 딴생각했네. 언제 또 딴생각한 거야. 다시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 손가락, 발가락을 움직여봅니다. 손을 비벼 따뜻해진 손으로 두 눈을 감쌉니다. 살며시 눈을 떠봅니다. 입가에 미소를 지어봅니다. 오늘 하루, 특별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폼롤러 위에서의 첫 아침 명상이 끝났다.




이 날 이후로 지금까지 매일 아침 폼롤러 명상을 하고 있다. 눈 뜨자마자 세수하고, 간단한 스킨케어 후에 폼롤러 위에 눕는다. 그리고 5분 정도 짧은 명상시간을 가진다. 사실 5분 내내 집중하는 것도 어렵다. 정신 차리고 보면 딴생각하는 나를 발견한다. 언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했지? 싶게 1~2분 사이 수많은 생각이 나를 스쳐간다. 그럼 딴생각하는 나를 알아차리고 다시 내 호흡에 집중한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5분의 짧은 명상이 끝난다. 가끔은 너무 딴생각만 해서 이게 명상의 효과가 있긴 한가? 싶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시간 동안 폼롤러 위에서 명상이라는 행위를 하며 졸지 않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 굽어있던 어깨를 피고, 열린 몸으로 호흡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면 정신없이 허둥지둥 시작했던 아침의 일상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놀랍게도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난다. 폼롤러 명상이 준 변화다. 아침에 폼롤러 명상을 하는 고요한 시간이 좋다. 이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어서 요즘에는 평소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폼롤러 명상 후에 간단한 일기를 쓰고 30분 정도 책을 읽는다. 아침에 책 읽으면 졸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아침에 읽는 책 내용이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을 체감한다. 이 한 시간 정도의 아침 시간이 꽤나 만족스러워서, 요즘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별로 괴롭지 않다. 정말 놀라운 변화다. 3n년동안 아침잠과의 싸움에서 늘 패배했었는데, 요즘 계속 승률이 올라가고 있다. 이게 바로 미라클 모닝인 걸까? 나 어쩌면 미라클 모닝을 실천 중인 걸까? 나 제법 멋진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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