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대로 명상하고 있는 게 의심이 들 때
요즘 명상하며 느끼는 게 있다. 그건 내가 굉장히 딴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5분 10분 짧게 명상하는데, 그 사이에 수 만 가지 생각과 주제가 이어진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명상 가이드)
"오늘도 특별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 오늘은 10분 동안 절대 딴생각하지 말아야지!
- 딴생각해도 빠르게 알아차리고 호흡해야지!
(들숨-날숨)
- 호흡에 집중하니 좀 생각이 덜 나는 것 같아. 음 이번주에는 명상과 딴생각이라는 주제로 브런치 글을 써볼까? 근데 내 브런치는 이렇게 계속 연재하는 게 맞긴 한 걸까? 누가 재밌게 보고 있긴 하나.
- 헉 언제 또 딴생각을 했지? 다시 호흡에 집중!
(들숨-날숨-들숨-날숨)
- 그래도 일요일에 일찍 일어나서 명상하다니 나 많이 발전했다. 근데 언제 벌써 일요일이 됐지? 이번주 시간 진짜 빨리 지나갔네. 내일 벌써 출근이야....
- 아 내일 아침에 전주 실적 정리해야 하는데, 벌써 피곤해지네. 내일 나 저녁에 운동 가서 야근하면 안 되는데..
- 아니 언제 또 딴생각을 한 거지? 다시 호흡에 집중!
(들숨-날숨-들숨-날숨)
- 근데 나 진짜 딴생각 많이 한다. 원래 사람이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나?
(명상 가이드)
"손 끝과 발 끝을 움직여봅니다."
-... 벌써 끝났네. 나 명상 제대로 한 것 맞아?
유튜브 아침 명상 가이드에서 명상 종료를 알리는 싱잉볼 소리가 끝나는 순간 깨닫는다. 오늘도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만 가지 생각을 했다는 것을...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내가 정말 짧은 시간에 수만 가지의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딴생각을 한다는 점이었다. 주제도 급변하고 딴생각도 그에 맞게 무럭무럭 전개한다.
매번 이렇게 딴생각을 하는 상황이다 보니, 내가 지금 명상을 제대로 한 게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10분 동안 내 호흡에 집중은커녕 딴생각만 계속하다 끝나는데, 이렇게만 해도 명상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었다. 명상은 호흡을 통해 내 몸을 이완하고, 알아차림의 과정을 반복하며 편도체 안정화를 통한 마음의 평화로 도달하게 해 준다. 그런데 10분 내내 딴생각만 하는 이 명상도 과연 편도체 안정화에 제대로 된 기능을 하는 것인지 마음의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늘 내 안의 딴생각과 사투하며 궁금해하던 때였다.
때마침 나의 랜선 명상 스승 김주환 교수님께서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명상과 관련된 질문을 받겠다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김주환 교수님은 -명상을 사랑하는 명상 덕후들이라면 당연히 잘 알겠지만- 작년 초 내면소통이라는 책을 출간하여 명상의 대중화를 이끄신 국내 명상 분야 최고의 권위자다. 나도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소통이라는 책 덕분에 명상이라는 세계를 처음 접하고 입문하게 되었다.)
평소 유튜브에 댓글을 절대 남기지 않는 나지만, 이번에는 남길 수밖에 없었다. 나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나는 아래와 같이 질문했다.
유튜브에 질문을 달고, 한 1개월 지났을 까? 내가 질문했단 사실도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유튜브에 영상 하나가 업로드되었다.
평소 김주환 교수님 유튜브 영상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꼬박꼬박 챙겨보던 나는, 그저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된 것에 좋아하며 재생을 눌렀다. 그리고...
...... 뭐지???????
처음에는 나랑 똑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한 질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말투가 너무 나와 비슷해서 설마... 하고 내가 썼던 댓글을 봤더니, 나의 질문이 채택된 것이었다. 나는 계 탄 덕후의 심정으로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교수님의 답변이 담긴 영상을 봤다. 그리고 김주환 교수님의 답변으로 나의 궁금증은 너무나 명쾌하게 해결되었다.
"명상을 제대로 잘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딱 하나 있습니다. 명상을 끝낸 후 내 마음이 편안한 지, 행복한 지 보느냐는 겁니다. 명상을 하는 동안 부정적인 생각이 더 올라온다면 명상을 하는 게 아닙니다. 명상의 목적은 편안과 행복입니다."
그렇다. 명상을 하는 제일 큰 이유는 내가 편안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다. 요즘 나는 그 본질을 잊은 채 완벽한 명상 수행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집착하면서 내 감정의 변화에 좀 더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명상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 딴생각을 하지 말자는 다짐 자체가 날 압박하여, 딴생각하는 나를 알아차릴 때마다 오히려 실망했던 셈이었다.
명상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생각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며, 명상은 생각하는 나를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교수님의 명쾌한 답변에 나의 궁금증도 말끔히 해결되었다. 오히려 명상을 하며 딴생각을 하는 나를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뇌의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딴생각을 하는 나를 끊임없이 알아차림 하면서 내 뇌의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대로 명상하고 있는 나에 대해선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일 수 있다.
명상 후 나의 기분이 좋아지면 최고의 명상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니, 놀랍게도 명상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졌다. 일단 명상하는 와중 생각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나를 속박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아. 그저 알아차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내 호흡과 생각의 흐름을 알아차리는 것에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요즘에는 명상을 끝내고, 내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을 한다.
지금 내 마음은 편안해졌니?
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소개된 유튜브 영상을 링크로 같이 공유합니다.
이제 막 명상에 입문한 사람들이 본다면, 명상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 명쾌하게 알 수 있을 거예요!
https://youtu.be/-2QS1Jl_G8k?si=t6a6EC5pb_O2v7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