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지현 May 05. 2024

아침 이불정리 명상

내가 아침에 아무리 늦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자고 일어난 침대를 정리하는 것이다. 잠자리 정리는 아침에 끽해야 1~2분정도 소요되는 아주 짧고 간단한 행위다. 하지만 이것을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그날 나의 하루 컨디션과 퀄리티를 결정할 때가 많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잠자리 정리는 아침을 시작하는 나만의 리츄얼이 되었다. 




알람이 울리면 두어번의 뒤척임 끝에 일어난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붙들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한다. 양치질과 세수를 하며 잠의 기운을 떨쳐낸다. 얼굴에 간단한 스킨케어를 하고, 폼롤러를 꺼내 바닥에 놓는다. 폼롤러 위에 누워 밤 사이 움추려 있던 몸을 활짝 펴준다. 그리고 자주 듣는 명상 가이드를 재생하여, 폼롤러 위에서 약 5분간 간단한 아침 명상을 한다. (내가 매일 아침에 하는 폼롤러 명상은 다른 브런치에서도 따로 글을 썼었다.)


https://brunch.co.kr/@chohastext/28


모든 명상은, 늘 그렇지만, 딴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아침의 짧은 5분간의 폼롤러 명상 중에도, 수많은 딴 생각이 내 머릿 속을 다닌다. 그런 딴 생각 하는 나를 계속 쫓고 알아차리다 보면 5분의 시간이 어느새 끝난다. 그래서 명상을 마쳤을 때, 마음이 편안할 때도 있지만 내가 5분동안 명상을 한건지 딴 생각을 한건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때때로 개운치 못한 마음과 함께 폼롤러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다보면, 오늘은 만족스러운 명상을 하지 못했단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아쉬운 마음을 갖고 뒤를 돌아보면 눈 앞에 어질러진 침대가 있다. 명상 후 해야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자고 일어난 침대를 정리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며 잠과 사투했을 때 여기 저기 던져진 베개들을 제자리로 가지고 온다. 베개에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훔치고, 침대 머리 맡 한가운데에 베개 2개를 나란히 포개어 놓는다. 베개 정리 후, 다음 차례는 이불 정리다. 이불은 더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다. 뒤죽박죽 있는 이불을 크게 펴서 가운데에 둔다. 좌우가 대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불의 위치를 잘 조정한다. 머리 맡쪽의 이불은 살짝 접어 각이 나올 수 있도록 정리한다. 침대 위 아래 옆을 왔다갔다 하며 이불의 중앙을 맞춘다. 어느정도 잘 맞춰졌다 생각이 들면, 양 손으로 이불을 쫙쫙 피며 구김을 없애준다. 내 손이 닿을 때마다 사라지는 구김을 볼 때마다, 일어난지 얼마 안되어 몽롱했던 정신도 싹 펴지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이불이 정리되었다. 침대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정리된 침대를 본다. 깔끔해졌다. 침구 하나 정리했다고 방 전체도 깨끗하게 정리된 기분이 든다. 내 마음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멀끔해진 침대를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어질러진 침구를 정리하다 보면 머릿 속 생각이 사라진다. 어질러진 침구들이  내 손이 닿을 때마다 하나씩 정돈되고, 점점 깨끗해지는 것을 보면 내 마음도 차분해진다. 아침에 내가 하는 모든 과정 중 가장 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이불정리하는 1~2분의 짧은 시간이다. 생각을 비울 수 있고, 손 끝의 감각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before와 after의 차이가 가장 크다. 그래서 아침 침구 정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행위이다. 어떨 땐 아침 5분 명상보다 더 명상같은 시간을 선물해준다. 침구 정리를 끝낸 침대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돈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침구정리하는 1~2분의 시간이 하루의 컨디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을 보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잠자리 정리라고 했다. 나도 그 책을 읽으며 크게 공감했다. 물론 저자는 잠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하루를 작은 성공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작고 소소한 성취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도 공감한다. 그렇지만 나는 좀더 내면적인 관점에서 이 행위의 장점을 설명하고 싶다. 아침에 침구를 정리하는 잠깐의 시간동안, 우리는 생각의 스위치를 pause하고 손끝의 감각과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침구 정리를 끝내고 깔끔하게 정리된 침대를 보면 정돈되고 편안한 마음이 든다. 1~2분의 짧은 시간동안 온전히 내가 하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불 정리는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명상이다. 





아침에 명상을 하고 싶지만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 아니면 명상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명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진지함이 부담스럽다면? 내일 아침에는 각잡힌 명상 대신 침구 정리 해볼 것을 추천한다. 침구를 정리하며 내 손 끝의 감각과, 내 손이 지나간 자리에서 보이는 깨끗한 변화에만 집중해보길 바란다. 침구를 정리하는 동안 아무 잡념 없이 오로지 이불을 정리하는 것에만 집중했는가? 깔끔해진 침대를 보며 내 마음이 편안해졌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명상을 한 것이다 다름없다. 명상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알아차리고, 끝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배운 명상이다. 명상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이전 13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자전거 명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