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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r 28. 2021

엄마는 얼마나 더 울어야 할까요

눈물이 마르도록 울어야 하나


저녁때가 되어 마지막 1인으로 입소하신 어머님은 얼굴색은 창백하고 입술은 푸르스름하며 동맥 폐쇄증이 있는 어르신이다. 산소포화도를 수시로 점검해 달라는 간호사의 부탁에 남몰래 숨겨진 트라우마가 꿈틀거리며 혹시나 이 밤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응급상황 발생이란 거대한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어려운 예상문제를 안고 걱정스럽다.


어머님은 낯선 환경이 어색하여 무표정에 아무 말씀이 없다. 굽은 등과 무릎이 맞닿아 동그라미가 될 정도로 고개만 푹 숙이고 앉았다. 누구라도 처음은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런 어머니를 두고 아들은 엄마를 다독이며 안정시켜 드릴 생각은 없는지. 차에 싣고 온 “짐은 언제 내리느냐”라고 재촉하며 덜렁거린다. 흡사 철부지 같다.


구둣발로 생활실에 들어서다가 실내화 신으라는 권유에 구두만 벗고 맨발로 저벅저벅 들어와 화장실로 향한다. 터프한 50대 중년 남자의 이 행동은 막무가내인지 좋은 사람인지 파악하기 애매하다. 어수선한 틈에도 “언제가 언제가?” 언제가 소리만 한다.


정든 집을 두고 낯선 도시로 자녀들 따라온 것도 어색한데 자식들 집과 멀리 떨어진 동네라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어머니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 듯한 눈치다. 굽은 등짝만 보이는 어머니를 보며 “상세히 설명하지 않고 모셔와서 그래요.” 딸은 어색한 분위기를 애써 설명하려 한다.


다른 어르신들도 대부분 그랬다. 충분하게 이해하고 합의하에 오신 분들보다는 어쩌다 보니 시설에 왔다고 어떤 어르신은 집에서 놀러 가자고 하더니 시설로 데려 왔다며 노발대발했던 분도 있었다. 스스로 생활이 안 되니 자식들이 온전히 감당할 수도 없고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오는 분들이라 어쩔 수가 없다.


“이것이 신식 고려장이지 다를게 뭐냐”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론 “내가 조용히 있어줘야 자식들이 편하지” 스스로 마음을 내려놓고 자식들에겐 “난 잘 있으니 걱정 말아라” 하시며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대부분 꾹꾹 참는 편이다. 때로는 불쑥 일어나는 화를 삼키느라 힘들어하지만 시설 이용이 불가피할 정도면 어르신들에겐 선택권이 없다. 자식들의 선택을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어르신들의 건강상태가 단단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입소하신 어머님은 어쩔 수 없이 자식들의 뒷모습을 마음에 담은 체 서쪽 끝방 3인실의 마지막 1인으로 완벽한 3인방을 이루었다. 낯선 분위기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조용한 성격이라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우울하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저녁. 그렇게 밝은 어르신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들이 오기로 했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생활실 입구에서 아들이 언제 오려나 기다렸다. 면회시간이 끝날 무렵 아들이 필요한 물품과 간식을 사들고 왔다. 평상시 무표정이던 어머니도 웃을 줄 아는구나 싶을 만큼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며칠 만에 엄마와 아들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아들과 엄마의 재회는 너무도 짧았다.  마디 말이나 주고받았나. 서로 눈을 맞추며 얼굴을 쳐다보기라도 했는가 싶은데 물건을 내려놓은 아들은 급하게 서두르며 간다고 뒤돌아. 오죽했으면 너무하다 싶어서 보호자를 불러 웠다. 어머님이랑 서로 얼굴 보며 이야기도  나누고 잠시라도 앉았다 가라고 권했을까. 바쁘다며 5분도 머물지 않고 선걸음에 뒤돌아갔다.


이건 아니다. 속마음 내색도 못하는  어머니 얼마나 섭섭해할까. 조용한 취침시간 살며시 곁에 가서 상황을 보니 어르신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 소리 없이 헉헉 울고 있었다. 어르신 아들이 너무 빨리 가서 섭섭하셨지요?   거예요 아들들은  그래요. 위로한답시고 모든 아들을  인정머리 없는 아들로 만들어 버렸지만  그런 아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르신 말씀이 “다른  아들들은  시간씩  시간씩도 엄마랑 이야기하며 놀다 가던데 우리 아들은  그렇다.” 면서 서러움 폭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강한 척 애쓰지만 마음이 짠하여 같이 눈물 쏟으며 눈물 파티라도 할까 봐 잠시 자리를 피했다.

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말이  맞는 말이다.  사람이 울면 서로서로 감정 이입되어  신세나  신세가 같다고 생각하며 옆자리에서 잠을 청하며 누워 계시던 94 어머니 아이고   죽어버리면  낀데 와이래  죽노  죽어서 탈이다.” 신세 한탄 화풀이로 아이고아이고 엉엉목청 높여 울기 시작이다.  난관을 어떻게 할꼬. 달래려고 가까이 가자 덥석 목을 끓어 안고 통곡의 눈물바다가 .


쉽게 놓아줄  같지도 않고 붙잡혀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기다렸다. 눈을 쳐다보며 “  죽노?  묵고  죽었뿔라 해도 약도  떨어지고 없다고  판다고 하더라.”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며 다독거리다 보니 벽 보고 누워 계시던 90 어머니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눈만 껌벅껌벅하며 쳐다본다. 차마 감정 표현은  하지만 말없는  맞춤으로도 이미  속마음까지  읽었다. 날만 밝으면  혼자 마당 끝에 나가서

“잊어야지, 잊어야지 싫다고 떠났는데”

“밉다고 떠났는데 울기는 내가 왜 울어”

“잊어야지, 잊어야지 어차피 떠난 사람”


먼저 떠난 야속한 영감을 그리워하며  소절 노랫가락으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거라는  이미  감잡았다. “지아부지가 니엄마 평생 먹고살아도 남을 거니까 시설에 보내지 말고 집에 모셔라고 부탁하더라. 그런데 영감 죽고  달만에  동생 불러 놓고 의논하더라고. 오빠가 알아서 하라니까  년도 안되어서 시설로 보내더라며 먼저 가버린 영감을 날마다 그리워한다. 잊어야지 잊어야지 해도 영감이 자꾸 생각난다.”  하시던 어머니.


야속한 아들을 그림자처럼 따라가며 헉헉 울고 계시던 어머니를 달래려다 딸도 아들도 아닌 나는 목덜미가 잡혔고 꼼짝 못 하고 목청 높여 울고 계신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자식들은  밤에 연로하신 노모의 허전하고 서러운  마음을 알고나 을까.


자식들 앞에서는  말이 있어도 진정한 속마음은 드러내지도 않고 “  있다 걱정하지 말거래이하며 자식들 신경 쓰이게 할까  애써 참으시고는 혼자 푸념을 하시는 것이 어머님들의 마음이고 생활이다.  젊음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때가 되면 가야  길이라지만 삶이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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