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맞춰서 국문과를 갔다. 학과 공부는 어려웠고, 당연히 처음부터 한계에 부딪혔다. '국문과'에 진심이어서 들어온 학생들이 많았다.
여섯 번째 이야기 :
입학해 보니, 책 많이 읽고, 글 잘 쓰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하늘색 하늘이 은은하게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청자몽
점수 맞춰서 원서를 내고, 운 좋게 시험에 합격했다. 시험운이 별로 없는 편인데, 이때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시험지 도난사건'으로 공부할 시간도 벌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어떻게 들어가기는 갔는데, 앞으로 어떻게 다녀야 할지 막막했다. 국문과답게 정말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도 많았고, 당연히 글을 잘 쓰는 친구들도 많았다. 나처럼 점수 맞춰 대충 온 학생은 없는 듯했다. 차마 나 점수 맞춰서 왔어.라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조별로 무리 지어 함께 준비하고, 발표/토론하는 수업이 많았다. 그래서 난감했다. 일단 생각 자체가 짧았고, 읽고 나서도 드는 생각도 별로 없었다. 한계를 많이 느꼈다. 어떻게 따라가지 싶었다. 좋아서 온 사람들을, 점수 맞춰간 내가 어떻게 따라가겠는가.
펑크나 내지 말자 싶었다. 1학년 1학기까지만 다니고, 휴학하고 '반수'를 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대입시험 다시 준비할 정성으로 차라리 다른 걸 해보자 싶어서 대입 시험 다시 준비하려는 생각을 접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잘한 결정이었다.
점수 맞춰간 자의 적응기(1)
깊이로 따라잡지 못하니, 생각이라도 달리해서 다른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부분에 집중해보자 싶었다. 그러다 보니 엉뚱하고 무모한 생각들을 많이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말로 표현했다.
국문과 다니면서 얻었던 제일 큰 교훈은, 뭐니 뭐니 해도 '국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듣고, 말하고, 토론하는 게 참 중요하다. 그런데 왜? 초, 중, 고등학교 다닐 때는 이렇게 중요한 걸 배우지 않았을까? 지문 읽고 문제 풀고 그런 거 말고,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하는 건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국문과가 굶는 과'라고 빈정거리던 사람도 봤다. 그래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글 말고도 매체가 다양해졌다 해도, 그래도 여전히 '글'이 중요한 시대다. 역설적이게도 글쓰기가 화두가 되고 있다.
막상 다닐 때는, 힘들고 매번 한계를 느꼈는데, 지나 놓고 보니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다. 만약 무언가가를 하는데 힘에 부친다면, 그건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거나.. 또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니 힘을 더 내보라는 뜻이겠구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