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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Sep 30. 2024

국문과 시절/ 시 2편, 소설 1편, 수필 몇 편

청자몽 연대기(8)

2월을 지나 어느덧 3월.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문득 신입생 시절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과제 등으로 쓰게 됐던 글 몇 편에 관한 에피소드도 나눠볼까 한다.

여덟 번째 이야기 :



점수 맞춰 국문과에 입학한,
신입생이 들은 이야기


ㅂㄱㅅㄷ/ 보고 싶다/ 남산 N타워 전망대 ⓒ청자몽


그러니까 한 30년쯤 전에 있었던 일이다.
대충 2월 말? 아니면 3월 초 정도.

그렇지 않아도 점수 맞춰서 국문과에 들어간, 신입생이었던 나는 기가 팍 죽어 있었다. 새내기 배움터에서 학생회장 선배님이 인사를 했다. 3학년 '언니'였는데, 엄청난 아우라를 풍기는 분이었다. 무서워서 감히 언니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였다. 몇 가지를 이야기해 주셨는데,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냥 작가가 돼라.

'여류'작가 말고, 그냥 작가. 우리가 '남자 작가'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당당하게 작가가 돼라. 야리야리한 글 말고, 너의 생각과 철학이 담긴 힘 있는 글을 써라.


자투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읽어라.

누구를 기다리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도 아무거라도 읽어라. 읽을 거 없으면 광고판이라도 읽어라.


그렇다. 왜 여자들한테만 '여류 작가'라고 불렀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당시 여성분들이 쓴 수필집이 인기였다. 작가님들 성함이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나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다.

무언가를 꼭 읽으라는 말씀도 인상적이었다. 종이쪼가리라도 꼭 읽으라고. 늘 읽고 생각을 하라는 얘기였다. 지금도 지키려고 노력한다. 둘러보면 세상에는 글자들이 참 많다.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끄적끄적 낙서도 열심히 하게 됐다.




시 2편, 소설 1편, 수필 몇 편에 관한 에피소드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다는 건..


과제를 하느라고 시를 2편 썼다.

수업시간엔 하품 참느라 고생했는데, 막상 시를 2편 쓸려니 써지지가 않았다. 정말 어려웠다. 서정시 한편과 문제의 시를 하나 간신히 완성했다. 서정시는 그냥 넘어갔는데, 문제의 시는 정말 문제가 됐다. '공룡'에 관한 시였으니까.. 교수님은 어.. 이걸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하고 당황하셨고, 친구들은 박장대소를 했다. 비 오는 날, 아스팔트 위를 지나는 공룡 한 마리가 떠오른다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시화전을 했는데, 공룡시 앞에 초콜릿이 제일 많이 붙어있었다. 사실 나는 공들여 쓴 나의 서정시가 더 맘에 들었는데 말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써줬으면 하고 바라는 글이 다름을 느꼈다. 장난스럽게 대충 써버린걸 더 좋다고 하다니... 초콜릿이 참 쓰게 느껴졌다. 두 편의 시 모두 이제는 생각나지 않는다. 어디다 적어둘걸. 역시 시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소설 1편은 학과지에 냈다.

배경설명을 쓸데없이 길게 써서 혹평을 들었다. 정확히 뭐라고 말했는지까진 생각이 나지 않지만, 쩝. 글 쓰지 말아야겠다 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던 건 생각이 난다. 내가 글을 다시 쓰나 봐라. 다시 쓰면 사람이 아니지..라고 했는데, 문제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역시 소설도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



수필 몇 편은 무난했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쓴 몇 편의 수필은 무난했다. 학과지에 내기도 했고, 여행작가 모집에 낸 적도 있다. 여행작가 모집은 당선여부에 대해 말이 없어서,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당신의 글은 대중성이 없어요."


그래서 땡 탈락했다. 글쓰기를 접어버렸다. 접고, 다른 걸 해서 먹고살기로 했다. 난 어차피 점수 맞춰 간 사람이었으니까.



4학년 때 사은회에 발표할 글을 썼다.

사은회 준비하던 친구들이 부탁했다. 4년 동안 있었던 일을 썼다. 쓴 걸 읽었는데, 친구들이 다 울었다. 몇몇 교수님이 고개를 숙이셨다. 그때 알았다. 글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구나. 내가 잘 써서 우는 게 아니었다. 내 글을 읽고(듣고) 각자의 마음이 동했구나. 기억이 나고, 스쳐가고, 그래서 울었구나를.. 그때 알았다. 마음을 얻는 글. 어떻게 하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글과 마음에 대해 헤아려보기 시작했다.


원글 링크 :






저의 두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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