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리 Sep 12. 2021

병원 다니다 다 낫겠다

엄살을 쏙 뺀 순수한 감상

 

전문의를 먼저 보면 보험 환급을 훨씬 덜 받게 된다

프랑스에서 병원에 가려다가  나은 적이   있다.  번은 손가락 뼈가 살짝 떨어져 나갔을 때이고 다른  번은 발목 인대가 늘어났을 때다. 내가 통각을 남들보다  느끼는 편도 아닌지라 당연히 응급실이든 뭐든 가고 싶었지만 어쩌다  꼴이 났냐면 손가락  같은 경우는 의사가  일이 아닌  같으니 볼타렌같은 연고나 바르면서 '지켜보자'라고   이유고, 발목 인대는 의사가 일단 지켜보겠지만 편지를 써줄 테니까 '원한다면' 초음파와 엑스레이를 '따로', '서로 다른 날에', '다른 장소에서' 검사받고 나서 검사지를 들고 자기한테 다시 오라는 거다.  블로그를 읽어보신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나는 허약 체질이고 병원 방문을 선호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생활하다 보니 점차  아픈 것처럼 느껴졌고 그대로 (잘못) 나았다. 잘못 나았다는  어떤 의미이냐면 손가락 뼈나 발목 인대나 애초에 깁스를 해야 했는데 깁스에 비하면 허술하고 비싼 보호대를 끼고 생활하다 보니 낫긴 나았으되 허술하게 나았고 똑같은 데를  다쳐 오지 않는 이상 지금보다  낫게 고칠 방법은 없다는 의미이다. 특히 인대는 한국 병원에서 말하길 똑바로 깁스를 해서 나았으면  괜찮겠지만 다음에  다치면 방법은 수술뿐이라는 무서운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나의 프랑스 병원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이미  깊어질 구석이 없는 불신이라 느꼈던  감정은 작년에 라임병 검사를 받고  올해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는 과정에  깊어졌다. 여드름 치료는  어떻고...

듣기로는 프랑스가 특이한 경우는 아니고 주치의 제도로 운영되는 나라들이 대부분 비슷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듯하다. 나는 프랑스에 오기 전에는  해외 생활에 크나큰 환상을 품고 살았지만  평생 이렇게 애국자인 적이 없었을 만큼 한국 생활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여기도 장점은 있다만  같은 허약 인간이라면 의료 하나만으로 한국에  가치가 충분하다. 아래는 내가 자가면역 진단을 받기까지의 고단한 여정이다. 자가면역질환을 눈치채기까지의 과정도 설명하는  좋을까?

 나는 기왕  거면 잘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게으른 생활을 사랑한다. 그래서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도 무조건 근무시간 대비 시급이 높거나 편하게 앉아있을  있는 아르바이트 위주로 찾았다.  선배님   분이 의료기기 메이커에 근무했던 탓에 우리  학생들에게는 비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아르바이트 공고가 있었는데 무려 누워서 아르바이트할  있는 갑상선 기계 시연 모델이다. 언젠가  차례가 왔고, 좋다고 달려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기계 시연이 끝나고 검사해주시는 분이  갑상선이 뚱뚱하다는 것이다. 갑상선이 뚱뚱한   뭐지?라고 생각하며 설명을 들었는데 어쨌든 요점은  갑상선이  좋아 보이니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아마 이날 받은 아르바이트비가  다른 갑상선 검사에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 검사를 받았더니 이상하게 생긴  사실이므로 매년 추적검사를 받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후로 뚱뚱한 갑상선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린  살다가 어느  다니엘 앞에서 ! 맞다 그거.라고 말하게  것이었다. 검사를  받은 지는  3년이   같다. 당시 건강도 별로  좋은 시점이라  무섭기는 했다.

1. 먼저 주치의를 만나 어디가 아프고 사정이 이러하니 초음파 검사를 받기 위한 편지를 써달라고 한다(검사부터 받으면 환급을  받는 수가 있다).
2.  편지를 가지고 초음파 검사 센터에 예약을 잡은  검사를 받고 검사지를 소중히 가져온다.
3. 결과지를 들고 1 주치의에게 돌아간다. 결과를  주치의 선생님은 혈액검사를 받으라고  편지를 써줬다.
4. 혈액검사 예약을 잡고 검사를 받은  검사지를 가져온다.
5, 검사지 2종을 들고  1 의사에게 돌아간다. 절차가 이렇다 보니 유능하고 협조적인 주치의를 만나는 것도  복이다. 아무튼 검사 결과를  선생님은 두세  뒤에    초음파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자가면역질환 전문의에게 편지도 써줬다. 그렇다. 의사를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쯤 되면 병이  심각해 보일 텐데 일상생활에 엄청난 지장이 있는 병은 아니다.
6. 전문의는 약속 잡는   어려울뿐더러 3-4개월 뒤에나 빈자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병원  보는 선생님 정도로 진찰받기 힘들다. 그런데  나라는 피부과나 치과 전문의를 보는 데에도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그냥  열고 들어가서 접수하면 봐줬던 단골 피부과의  까칠-말투는 무척 까칠하신데 마음은 따뜻하고  보심-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다. 아무튼  좋게 금방 예약을 잡았다.
7. 전문의에게 가서 처방과 설명을 듣는다.
8. 5 초음파 검사를 한번  받는다.
9. 결과를 들고 1 주치의에게 가면 자가면역 질환자로 등록을  준다. 이제 국가가 인정한 지병을 갖게 된다는 뜻이고 치료에 돈이   거라는 뜻도 된다.
10. 이후는 매일 약을 먹고  떨어지면 1 의사에게 가서  받아오거나 화상진료로 처방전만 받아서 약을  먹는다.

 물론... 1, 2,4,6 과정에서 방문해야 하는 장소는 모두 다르다. 도장깨기 하듯 필요한 장소에 가서 결과지를 받아오다 보면 이것이 나를 억지로 운동시켜 1mg이라도  건강하게 만들려는 프랑스 건강보험공단의 흉계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동시에 면역력 빼면 그다지 일상생활에 지장 없는 나도 귀찮아 미칠 지경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힘든 중증질환자들은 대체 어떻게 병원을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중요한 금액은 초음파만 조금 냈고-사보험이 있어서 환급받았다- 다른 것은 전부 무료였다.

 생전  나던 여드름이 목과 두피에 많이 생겨 고생하기 시작한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은  얼마   시점이었다. 1번의 주치의 선생님을   방문했고,   모두 피부과 전문의에게 편지를 써달라 요청했지만 선생님은 피부과 전문의를 보려면 3-4개월은 걸린다고 한사코 나를 말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의 시간을 이상한 비누(환급 안됨) 샴푸 사이에서 허비했으나 딱히 진전은 없다. 아마 1 선생님이  방문  전문의에게 편지를 써줬다면 벌써 전문의 얼굴을 보고도 남았을 것이다.. 각질 장갑과 샤워필터와 어성초 화장품과 시카 제품들로 중무장을 했지만 사태는 아주 느리게 좋아지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주치의 선생님에게 피부과 전문의에게 보여줄 편지를 받아낼 즈음에는 완전히 낫고 말았다.


아아..그립습니다...김까칠 선생님...

이전 07화 파리의 일꾼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