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대부분 한 달에 1개에서 2개 정도의 난자를 배란한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는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배란 사이클을 과배란 약으로 과하게 돌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평소 1개~2개 정도 배란될 때 약간의 배란통을 앓고 지나가면 되는 것이 5개 이상~ 많게는 30개 정도 배란되지 않고 도태될 난자들을 억지로 배란시키게 만드니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수정 시술과 시험관 시술을 받으며 매일 유튜브를 찾아봤다.
머리가 아프거나 몸이 조금 좋지 못한 날이면 “몸이 왜 이러지?” 하고 궁금증이 생기는 데.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서 태어나면서 처음 겪어본 ‘복통, 두통, 어지러움, 구토 증상’ 등이 낯설고 무서워서 다른 사람들도 이런 증상을 겪었나 하며 유튜브로 매일같이 찾아본 것이다.
영상을 볼 때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울한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 혼자 난임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또렷해져 든든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나는 매일 아침의 시작을 ‘인공수정 브이로그, 인공수정 과배란 주사 맞기, 과배란 주사 안 아프게 맞는 법, 시험관 과배란 주사 시 주의점’ 등을 매일 찾아보며 난임 시술 동지들의 생활 속에서 그들의 증언들을 수집했다. 매일 이렇게 동지들의 경험담을 영상으로 보고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튜브가 나를 임신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종료한 후 다시 접속하면 매일 새로운 난임 여성들의 일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임 여성들의 난임 시술은 ‘임신’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그들의 난임 영상 중 대부분이 ‘임밍아웃’(주변 사람들에게 임신을 알리는 것)과 ‘난임병원 졸업’(태아의 태반이 형성되어 인공적으로 임신유지 호르몬을 주입해야 하는 시기가 종료되어 안정적으로 임신이 유지되면 난임병원에서 일반 출산 산부인과로 전원 한다.)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동지들은 임신 중 입덧으로 고생한다거나 배가 불러오고 육아용품을 준비하는 이야기들 들려주고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던 아기들이 짜잔 하고 태어나는 영상 이후 전투적인 육아 생활을 하는 영상으로 모두 바뀐다.
사실 이런 그들의 영상이 나의 난임 생활에 큰 희망이었다. 1년 전, 2년 전에 ‘인공수정 시술’이나 ‘시험관 시술’ 영상을 올렸던 이의 영상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최근 동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그들이 임신을 지나 안전한 출산까지 하게 되면 마치 그들의 일이 내 일인 것처럼 반갑게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후폭풍은 따로 있었다. 난임에 이어 임신, 출산, 육아 영상까지 이어서 보게 되다 보니 유튜브는 나에게 임신, 출산, 육아 영상을 마구 쏟아부었다. 저출생 시대에 이렇게 많은 임산부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문제는 연이은 인공수정 실패를 지나 시험관 시술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있을 때 이 알고리즘을 마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입덧이라는 것도 해보고 싶고 배가 볼록 나와 튼살 크림이라는 것도 발라보고 싶고 유아차도 골라보고 싶고 작고 귀여운 아이의 내복도 골라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때마다 2년 전에 남편과 싱가포르 여행에 갔을 때 나중에 태어날 우리의 아이를 위해 준비한 곰돌이 인형이 눈에 더 밟혔다.
설상가상으로 인스타그램의 추천 게시물들 또한 임신에 맞춰 개편되었는데. 아마 내가 유튜브 브이로그들 속 임신한 여성들이 부러워서 ‘예쁜 임부복 사이트, 임신부 속옷’ 인스타그램으로 찾아본 게 원인이었던 것 같았다.
‘나도 언젠가 임신하면 이런 원피스를 입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몰래 구경하는 마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나에게 추천되는 광고가 100프로 임부복 광고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임부복을 구경하고 임산부들을 부러워하는 것을 타인에게 들킬까 봐 부끄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임신한 사람들을 많이 부러워해야 해.” 큰언니가 언젠가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줬다. 임신한 사람들을 자주 생각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의 간절한 염원을 들어주길 기대했다가도 타인들에게 이 간절한 나의 마음을 들키게 될까 걱정되기도 했다. 염원하지만 간절히 바라지 않는 척하는 일을 나 스스로 잘 해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도 아닌 기계가 만들어내고 읽는 알고리즘 때문에 나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간절한 마음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