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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난자야 가라 ㅡ 난임 일기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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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ng May 22. 2024

첫 난임검사 이야기

공장형 대형 난임센터

난임 시술을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때가 있었다. 유산 후 1달 정도 되었을 무렵, 시간은 가고 나의 난소 나이는 계속 들어간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너무 급해질 때였다. 남편은 자연 임신을 더 시도해 보자고 나를 설득했는데. 한 달 한 번뿐인 임신 기회를 매번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으로 깜깜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내 난소 상태가 어떤지, 남편의 정자 상태는 어떤지, 무엇보다 어떤 방법으로 임신을 시도해야 내가 조금이라도 마음고생을 덜하고 임신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그런 답답한 마음으로 유명한 대형 난임병원을 찾아갔다. 부부 난임 검사를 위한 진료를 예약하고 2주 정도 대기한 후 예약날에 맞춰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를 위해 방문을 해서 나팔관이 막혔는지 여부를 알기 위한 나팔관 조영술, 초음파 검사를 통한 자궁, 난소 상태 확인, 혈액 검사를 통한 난소 나이 확인, 남편은 정자를 채취하여 활동성, 기형 정자 비율 정도를 검사했다. 마음은 이미 조급해진 상태라 검사를 위해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기까지 기다렸던 날들, 검사를 하고 결과를 듣기까지 또 기다려야 하는 날들이 더 아깝게 느껴졌다.

검사 결과 나는 내 나이보다 난소 기능이 조금 떨어진 상태로 나왔다. 남편의 정자는 모두 정상. 남편의 검사 결과가 좋지 않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막상 임신을 할 수 있는 기능 저하가 조금은 내 탓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임신 실패도 유산도 결국 내 난소기능 저하 때문인 것 같았다. 정자 기능이 좋다는 검사 결과를 듣고 기분이 좋아 보이는 남편의 기분은 나 빠보이지 않아 마음에 괜히 심술이 났다. 난임 센터를 다니면서도 혹시 임신이 계속 안된다면 모든 게 내 탓일 것 같아 미리 속이 상했다. 난임 카페에서 자주 듣던 이야기, 난임여성들의 “역시 나이가 깡패인가요.” 하는 말에 나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사실 나는 서울의 유명 난임병원에서 우리 부부의 검사 결과를 들으면 임신 준비에 방향이 잡힐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병원에서 임신 시도 날짜를 받아 자연 임신 시도를 해본다거나 바로 난임시술부터 시작하자는 의사 선생님의 의견이 있다면 구체적인 설명과 체계적인 제안을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자연임신이 막막했던 나는 오히려 과학에 멱살을 잡혀 임신으로 초고속 직진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한 달을 기다려 검사 결과를 가지고 만난 교수님은 다른 설명 없이 내 난소상태가 크게 좋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공수정은 확률이 자연임신하고 비슷하기도 하고. 또 언제 기다리고 해요. 나이도 있고. 시험관 어때요?”(나는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이 어떻게 다른 지도 모른 상태였는데 다짜고짜 당장 선택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너무 당황했다.) 나는 “아. 그럼 바로 시험관 시술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실까요?” 선생님은 답답하다는 식으로 다시 “그럼 생각해 보시고 인공수정부터 할지 시험관 바로 들어갈지 결정해서 오세요.”

임신 준비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나와 남편은 떠밀리듯 진료실을 나왔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 블로그, 유튜브에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의 과정, 차이 등을 검색했다. 각 시술의 장단점과 선택의 이유를 의료진이 아닌 블로거와 유튜버들에 기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니.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이었다. 대형 난임센터라 상대적으로 시술 가격이 비싸고 성공확률이 높은 시험관 시술부터 제안하는 것 같았다. 몸에 최대한 무리를 덜 주는 시술부터 해보고 싶었던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난임 시술을 준비하고 있거나 실제 진행 중인 지인들이 당시에는 거의 없었고 난임 여성임을 주변에 오픈하기 전에는 난임 시술 사례가 주변에 많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함과 나의 선택이 잘못될까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고민을 친한 친구 한 명에게 털어놓고 운 좋게 작지만 정성스럽게 환자를 진료하시는 난임병원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공장처럼 찍어내듯 난임 여성들의 진료를 하는 대형 병원은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시간 들여 설명해주지 않고 효율적이고 성과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드는 시술부터 추천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찝찝했기 때문에 병원을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삼신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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