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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된 사람 Dec 20. 2021

배움과 실천은 원래 하나다

學而篇 1

하도 많이 듣다 보면 오히려 왜곡이 일어나는 현상을 심심찮게 경험할 수 있다. 엄마의 잔소리, 당연한 얘기 등. <논어>와 '공자'가 우리에게 그런 대상인 것 같다. 孝, 忠. 禮. 의도를 가진 전달자들이 워낙 많아서인지 아니면 듣는 내가 틀에 갇혀버려서인지, 그 관계의 선후는 모르겠지만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견고하게 하려는 훈계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면 효, 충, 예가 무슨 뜻인지 나는 몰랐다. 선생님이나 사회가 일러준 뜻이 전부라 여겼다. 


<논어>를 읽어야겠다는 결심은 곧 '편견' 혹은 '고정관념'을 검증하겠다는 결심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동안 많이 들었던 좋은 말들을 답습하는 데에 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논어>는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자가 돌아가신 후,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20편으로 편집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한 편에는 적게는 십여 개 많게는 이십여 개의 장으로 공자의 말이나 그의 제자의 말 혹은 공자와의 대화가 실려있다. 


내가 주목한 점은 '대화'였다. 

가령 위정 편 5장~7장은 모두 효에 관한 문답이다. 공자는 질문자에 따라 '효'를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질문자마다 행실과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었다. '박제된 개념으로서의 효'가 아니라, 저마다의 삶 속에서 가장 좋은 것을 빚어낼 수 있도록 하는 '실천으로서의 효'였다. 


불공평을 전제로 태어난 우리들은 아무것도 같을 수 없다. 각자는 저마다의 삶 속에서 가장 좋은 것을 빚어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그러니 저이에게 맞는 답이 꼭 나에게도 맞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 애플의 CEO로 취임한 팀 쿡은 끊임없이 잡스와 비교를 당했다.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그가 절대로 애플을 제대로 이끌 수 없을 것이라는 비난에서부터 온 인류에게 영감을 준 잡스를 결코 능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단언에 이르기까지. 팀 쿡은 선택했다. 자신은 잡스가 아니므로 그저 내가 가진 팀 쿡 중, 가장 최선의 팀 쿡이 되겠다고 결심하였다.(<팀 쿡-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조용한 천재>,  린더 카니, 다산북스)


우리 모두는 나에게 가진 가장 좋은 나를 발견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파악하며 더불어 내가 가진 도구들의 활용법, 주의사항, 참고 사항들을 공부해나가야 한다. 공부. 學


제일 첫 구절이 '學'으로 시작한다는 것 자체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논어>라는 책이 동아시아가 아니라 서아시아나 유럽처럼 유일신을 믿는 문화권에서 쓰였다면 다른 글자로 시작했을 겁니다. <공자의 인생 강의>, 신정근, 휴머니스트

전지전능한 신은 삶의 아무 데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아무것에도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신의 공평함을 이루신다고도 한다. 불공평과 불완전한 인간은 실패와 좌절은 필연일 것이다. 가장 좋은 나를 발견하는 여정은 참으로 혹독하다. 될 대로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괴롭다. 이르고자 하는 이상과 비루한 현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도 하고, 다 그만두고 싶기도 하다. 


아이와 씨름하는 어느 날에는 별 것 아닌 일에 짜증내고 화를 낸 나 자신이 한심스럽지만, 비슷한 상황은 끝도 없이 계속된다. 그래도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이상'은 여전히 품고 산다. 그러니 오은영 박사님의 강의도 찾아보고, 책도 뒤적이고 하는 것이다. 


완전하지 않으니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적용하다 실패하면 다시 배우고 또 익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지난날보다 좀 더 성숙한 나를 만나면 내면에서 차오르는 기쁨을 만나는 것이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자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고 그것을 때에 맞춰 몸에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학이편 1장>
한자를 그렸다;;; 논어 필사 1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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