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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뇨 May 24. 2024

애 때문에 산다

싱글이 보는 아이의 의미

'애 때문에 살지'

결혼한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다. 

굳이 결혼을 해야 되나? 굳이 애를 낳아야 하나? 좋은 사람 만나면 하고 아님 말지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나에게 저 말은 결혼에 대한 비토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인생은 80%의 권태, 12%의 분노와 짜증, 8%의 즐거움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권태롭고 고통이 더 많은 삶을 또 다른 생명에게 지우게 하는 옳지 않다고 여겼다.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된다면 입양이 더 낫지 않을까, 이미 태어나 좋든 싫든 삶의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생명이니까 어깨를 나누며 같이 살아간다면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전에 함께 있으면 즐겁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가치관까지 잘 맞는 반려를 만나는 건 기적과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에 평생 남 탓 하며 살 바에는 내 탓하며 살 자로 마음을 먹었다.




웃기게도 삶의 반쪽이었던 게임을 떠나보낸 뒤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매다가 아이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사랑을 쏟아부을 대상이 필요하다'

이 생각으로 게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신을 성찰하고 과거를 돌아보고 난리 부르스를 추었는데 아이는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하고 무조건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다.

그 존재만으로 결핍되어 있던 사랑이 채워진다.

남편이, 아내가 마음에 안 들어도 아이가 주는, 아이에게 주는 사랑하나로 인생이 한층 충만해지는 것이다.

이미 부모가 된 사람들은 당연한 얘기를 뭐 그리 장황하게 하나 싶겠지만 싱글의 입장에서 아이가 주는 행복이란 상상 못 할 영역이기에 '애 때문에 산다'라는 말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 애가 되는 건 매우 거부감이 들었기에.




아이가 나이를 먹고 한 명의 인격체로서 성장하게 되면 유전자와 경험으로 인해 자신만의 판단을 내린다.

무조건적이어야 할 부모의 사랑이 그렇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 부모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옅어지거나 철회될 수도 있다.

나의 엄마가 그랬다.

엄마가 흡족할 만한 성과를 가지고 오면 우리 공주님이었고, 마음에 안 드는 언행을 하면 날 선 비난들이 매섭게 날아왔다. 

엄마가 기분이 좋으면 우리 공주님이었고, 엄마가 기분이 나쁘면 천하에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엄마의 이런 성향을 파악했다. 

늘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당신과 다른 의견을 말하면 '니는 애가 이상해서 그렇다'라고 대화가 끝났다. 

머리가 커지면서 점차 엄마를 피하였고, 지금도 엄마와 통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

한 번 통화하면 지친다. 나의 현 상황이 탐탁지 않은 엄마가 비난 퍼레이드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코인 그래프처럼 언제 오르고 내릴지 모르는 엄마의 감정이었으나 그 안에 담겨 있던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가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에서 누군가가 엄마가 나를 대하듯 대하였으면 이미 손절, 평생 원수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이유로, 부모라는 이유로, 안 좋은 기억들 틈에서 따스함 한 조각만으로도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주는 아이는 정말 대단하다.

물론 엄마는 전화 한 통 안 하고 내세울 거 하나 없는 딸을 부끄러워하며 자식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또한 애정 표현을 전혀 하기에 억울하진 않다. 

그래도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엄마를 사랑한다.

서로가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다.




'애 때문에 살지'

라는 말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라니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으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당연한 존재로 생각된다.

아이도 성장하며 '타인'이 되어 간다.

그래도 그 소중함과 얻은 사랑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나와 엄마처럼 뭔가 핀트 나간 사랑이 아닌 온전한 사랑을 아이와 나누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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