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둘째 날이 지나 셋째 날이다. 동행한 친구가 내게 의심할 여지없이 편한 파트너라서 그런지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구름이 꼈으나 환한 태양과 습한 공기 속에서 본 미얀마 양곤의 첫인상은, 널찍하고 조금 더 정돈된 마닐라 같았다. 친구와 붙어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과 긴 대화를 해볼 순 없어 ‘동남아의 마지막 미소’라 불리는 이들의 선함을 깊이 느끼지는 못했지만 도시 사람들임에도 순박하다는 인상이 드는 건 확실하다. 무려 호텔에 예약해둔 애프터눈 티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들어가 앉아 기다릴 수 있게 해주는 너그러움이라든지, 이방인인 우리에게 배타적이거나 퉁명스럽기보다 눈을 마주치면 쉬이 미소를 보여주는 것을 보니 그들의 선함이 기질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지나친 특가에 기대 반 의심반으로 예약한 호텔 역시 기대 그 이상. 도시에서도 번잡하지 않은 곳에 푸르른 정원까지 갖추어 말 그대로 휴가를 갖는 기분이다.
또한 오래되어 색이 벗겨진 건물들은 마치 쿠바를 보는 것 같다. 쿠바보다 정돈된 느낌이지만 색이 바래다 못해 거뭇한 자욱들이 지저분하게 건물 전체에 무작위로 그어져 있는 게 꼭 그렇다. 영국 친구 제이슨의 말마따나 한국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희고 검거나 회색인데, 여긴 대부분이 희다. 더 단순하다는 걸까, 더 튀는 게 싫은 사람들인 걸까. 이런 짤막한 소감들의 끝에 무엇이 남을지 자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