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ngon
“엄마, 우산은 들고 갔어요?”
지금껏 아이를 두고 혼자 여행길에 오르기를 몇 번이나 했지만 이번처럼 아이가 눈물로 나를 배웅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이들마다 그런 때가 있는 걸까. 아이는 내가 집에서 나설 때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가 너무 서럽게 울고 꺽꺽대서 나까지 목이 메어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이를 저리 울게 만든 게 엄마인 나라는 사실이 미안하면서도 내가 누군가에게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이런 슬픔을 주는 존재라는 것이 새삼 신기하고 우쭐해지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나, 참 많이 변했다. 이전엔 그런 존재로, 엄마로 사는 게 무겁고 때론 솔직히 던져 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걸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다행히 울음을 멈춘 아이와 공항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나는 편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탔다. 그리고 무사히 양곤에 도착해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서 한참 친구랑 떠들다 뒤늦게 인터넷을 연결했더니 와 있는 남편의 메시지엔, 그 몇 시간 동안 아이가 남편에게 했다는 말들이 쭉 적혀 있었다.
식탁에 앉아서 엄마 밥 먹는 거 생각하면 눈물 나요.
식탁은 엄마 자리예요.
시간 빨리 가야 하니까 시계 뒤로 돌려두고 잘래요.
이번 여행 끝엔 나를 이토록 사랑해주는 아이 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좀 덜하겠다. 여행 시작부터 돌아가면 나를 반겨줄 아이를 떠올리며 미소 짓다니, 여행을 떠나온 것만큼이나 엄마의 자리를 기쁘게 누리는 나를 발견해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