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New York to Seoul
어쩌다보니 2017년 봄에 나는 한 달 사이 세 나라를 여행하게 됐다. 남편과 결혼 5주년 기념으로 계획한 방콕 여행, 엄마의 부탁으로 외갓집 식구들 여행에 가이드 역할로 떠나게 된 다낭, 마지막으로 오랜 절친과 함께한 뉴욕 여행까지. 하루 걸러 인천공항을 갔을 정도로 빠듯한 일정이었던 데다, 특히 어른들을 모시고 다니는 여행을 중간에 하다 보니 가장 먼 뉴욕 여행을 떠날 때 내 몸은 많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웬걸, 나와 가장 자주 여행을 다녔던 친구와의 뉴욕 여행은 그 모든 피곤을 물리쳐 주었을 만큼 즐겁고 마음이 편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사진들을 보는데, 친구와 보낸 일주일의 시간이 한 달쯤 지난 것처럼 애틋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을 그렇게 여행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다행히 돌아가면 할 것들 투성이라고 화가 나거나 우울하지가 않다. 돌아가서 내 자리에서 할 일상들에서도 적당히 힘을 뺄 줄 알게 된 걸까? 그렇다면 무척이나 반가운 태도다. 여행을 열정적으로 할만한 체력은 점점 없어져가지만 고맙게도 나이는 마음에 연륜이라는 것을 더해주니 나이 듦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나는 아이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시간들을 채워주는 사근사근한 말투와 표현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아무리 여행하는 엄마가 당연할지라도 아이에게 2주라는 시간 엄마의 빈자리는 많이 컸을 테니까.
3주쯤 공항과 집 사이만 다녔다고 나는 벌써 우리 집 근처를 그리는 게 낯설다. 여행은 이렇듯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낯설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늘 여행만을 고집하며 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내게 뿌리 깊이 박힌 여행 벽이 자꾸만 꿈을 꾸게 만든다. 낯선 거리와, 사람들 사이를 서성이는 꿈을.
예측할 수 없는 게 인생인데 가끔 어떤 예감 같은 게 마음을 덮칠 때가 있다. 올해는 뭔가 내게 새로운 것들이 있을 것만 같다. 막연히 두렵거나 막연히 기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심지 같은 게 내 속에 자리를 잡은 느낌. 내가 고집스레 지켜가야 할 것이 무엇일지, 듣지 말아야 할 소리는 뭔지, 따라야 할 신호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겠다는 긴장감이 배인 듯하다. 그 긴장감을 잘 타면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혹은 변화 없는 현실도 잘 맞닥뜨릴 수 있지 않을까.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세계적인 명성과 상관없이 내게는 신혼여행으로 왔던 곳이기에 무작정 특별한 뉴욕. 내게 최고인 사람들과 매번 좋은 기억들을 남겨주어 더없이 고마운 도시. 내 흔적이 끼어들 틈 없어 보이는 그 도시에서 이번에도 나는 많은 에너지를 받아간다.
고마워,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