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은 어떻게 해도 정말 보편적이지 못한 걸까
요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그 기분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가만히 있지 못하겠는 기분과 가장 비슷한데, 약간 결이 다르다, '불안'에 가장 가깝지만 꼭 '불안'인건 아닙니다
일하다 보면 저녁약을 먹는 걸 잊어버리고 넘어간 날이 며칠이 되었어요.
일을 하면서 별 일이 아닌 것에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혼자서 한참을 씩씩대다가 문득 깨달았지요. 그 며칠간 나왔던 끝까지 분노의 양과 질이 모두 평소보다는 정도를 초과했다는 것을요.
그런 사실들이 아니어도 아직 명명이 안 되는 저 상태의 기분 때문에 마음은 무겁고, 기분은 나쁘고, 짜증이 솟구쳐 예민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기분들과는 별개로
나는 정말
"보편적인 사람이 아니고 이상한 사람인가, "
에 대한 자문자답이 계속되고 있어요.
아무도 제가 이상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솔직히 사실은 애초에,
제가 이상하냐고 누구에게도 물어본 적이 없지만.
다만 절 지나치는 사람의 목소리를 다양한 장소에서 들었을 뿐이에요.
쟤 이상해, 트러블 메이커, 가까이하고 싶진 않아. 미친놈 같아.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지만, 이전에 비해 내가 안 변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그래도 시간이 이만큼 지났는데 조금도 변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런데, 그래도 이전에 몇 년 동안 먹었는데,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를 느끼니까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열심히 어딘가로 전력을 다해 뛰고 노력했는데 허상이었어요.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온 느낌이었죠.
나를 괴롭혔던 환영과 환청.
내가 좋아했는데 일방적으로 나를 떠나갔던 사람들은 왜 계속 떠나지 않고 눈앞에 나타나고 가까이도 멀리도 들려는 걸까요.
분명 내가 떠나간 사람도 많고, 분명 이별을 나눴던 사람은 많은데 왜 나를 떠났던 사람들 중에서 전부도 아니고 몇몇 인 일부가. 십 년이 넘게 지나도 내게서 떠나지 않는지.
이제 잊히고 생각나지 않아야 치료가 된 것 아닐까. 생각했다가도......
그 빈도는 줄어들지 않았는걸요.
나아진 건 그저 몇 가지 패턴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혔다는 거예요.
그런 기미가 있을 때, 내가 나 자신을 알아채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도망쳐 숨을 수 있다는 것.
오직 그것 하나뿐.
여전히 훨씬 전에 잊혀 기억도 안 나야 할 사람이 엊그제 본 듯 생생해요.
삼 년을 짝사랑했던 상대에게 실연당한 것도 아닌데, 그 장소, 그 자리, 차가운 말투- 가 머릿속으로 계속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서 그 시절 유행했던 유행가가 조각조각 훌러요.
자꾸 기억에 시달리는 건 혹시
마음에서 '잘 가'라는 인사도, 그 어떤 기미도 없이 혼자서 이별을 치러서일까? 싶긴 하다. 이별이라는 건 떠나는 걸 나누는 것인데,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이별을 나누지도 못해서...?
인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