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했을 때 그 곳은 그녀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졸업하자마자 치과의사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는 둥 하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지만 그게 사실인지 어떤지 확인할 길이 없고 확인한다 한들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서면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카페에 들어가 차를 한잔 마시고 레코드 가게에 들러 제임스 골웨이의 앨범을 선물로 사줬다. 요즘 플룻를 배우는 중인데 플룻를 하는 사람에겐 교과서 같은 연주가라고 하며...
비닐도 벗기지 못한 그 앨범은 우리 집 창고에 잘 보관되어 있다. 비닐조차 벗기지 못한 것은 우리가 한 번도 자신의 생일날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짝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밤새 20km가 넘는 거리를 혼자 걸어갔어도 힘들지 않았는지 되물어지지 않고, 선물 꾸러미에 담긴 별 효용 없는 시답잖아 보이는 물건들도 선물로 고른 예쁜 이유들이 있는지도 되물어지지 않는 것.
서른 살. 오월.
산수유가 노랗게 만개한 캠퍼스.
나는 실험실에 크고 작은 실험기구들이 내는 웅~ 하는 낮은 소리를 들으며 책을 보고 있었다. 햇살은 창으로 스며 반 평쯤 되는 공간을 반짝이고 있었고 복도에는 학부생들이 웅성거리며 지나다니는 평범한 하루였다.
"이번 주 토요일 시간 되면 만날 수 있을까?" 하고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발신자 류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