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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 am I Feb 04. 2024

실수하지만 괜찮아!

실수는 하지만 밉지 않은 사람으로 남는 지혜

"마릴라 아주머니, 내일은 아직 아무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새로운 날이에요 "
"내 보증하마. 앤, 너는 내일도 실수를 수두룩이 저지를 거야."

알다시피 빨간머리 앤이 사고 치는 지수는 거의 수준급이다. 사고 치는 것에도 창의성이 있다면 백점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 그 정도로 매 에피소드마다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다양하게 터트리는 그녀의 참신성은, 풍부한 상상력과 감수성 못지않게 독자의 흥미를 끌어들이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 실수를 저지르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눈물과 웃음은 <빨간 머리 앤>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래서 앤의 실수 가운데 전설적인 것들을 한번 모아보았다.


1.  레이철 린드 부인과 첫 만남에서 대든 일

2.  길버트 머리를 학교에서 석판으로 내리 친일

3.   다이애나를 초대해 와인을 먹인 일

4.   다이애나 집에서 할머니 침대에 다이애나와 뛰어든 일

5.   목사님 부인을 초대한 파티에서 진통제 섞은 케이크를 대접한 일

6.   친구들과의 대결 중에 지붕 위에서 걷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일

7.    보따리장수의 말에 속아 초록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일

8.    강가에서 구멍 뚫린 배에 누워서 떠가다가 배가 가라앉아 죽을 뻔한 일


여기까지는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실수 목록이다.

앤의 실수담은 2권인 <에이번리의 앤>에도 계속된다.

주요 사건을 꼽자면


9. 해리슨 씨의 소를 자기 농장 소와 착각해 팔아버린 일

10. 선생님이 된 앤이 교실에서 벌이는 소동 (폭죽사건)

11. 접시를 구하러 토리길에 갔다가 오리 축사 지붕에 몸이 끼인 일

12. 모건 부인을 만난 날 빨간 염색약을 코에 바르고 마중 나간 일


2권의 경우 1권의 귀여웠던 어린 시절과 비교해 앤이 성장한 상태라 실수의 규모나

파장도 상당히 큰 편. 실수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면이 

차지하는 시간들이 확실히 많이 늘었다. 앤은 에이번리에서 친구와 이웃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캐릭터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해리슨 씨의 소를 실수로 판 사건도 자칫 이웃과의

분쟁으로 갈 수 있는 큰 사건이었는데 앤이 다행히도 용기 있고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는 

바람에 크게 번지지 않았을 정도이다. 또 앤은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는 데 그중 하나는

 에이번리에서 선생님을 맡아 과거의 자신 못지않게 사고를 많이 치는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마릴라의 팔촌인 쌍둥이 데이비와 도라를 키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쌍둥이 가운데 한 명인 데이비가 사고 치는 수준이 옛날 앤을 넘어서는 역대급이라, 실수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앤 마저도 데이비의 양육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말괄량이 앤이 과연 어른이 되어서 어린이들을 키울 때 어떤 태도를 보일까'


어른이 된 앤은 다른 역할의, 관점에 서서 마주친 상황에 분노도 느끼고 자신이 옳은 가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된다. 초임 교사인 앤에게도 에이번리의 학교는 쉬운 곳이 아니었다자기 아이만 

특별하게 다루어 달라는 진상 학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 끝까지 선생님의 지시를 

거부하는 학생을 체벌해야 할지. 등등 그러나 앤은 잠시 지칠 때도 있지만 특유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기에 회복력도 뛰어난 편이다. 항상 열정에 넘치던 앤 선생님도 지치고 

화날 때가 있다는 걸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서 오히려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학생 입장에서 '선생님은 화나지 않았어' 은 거짓말 처럼 들리지만 '오늘 화가 났지만 

선생님은 다음날도 다시 나올 거야' 이 말은 현실적으로 들리는 것 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가장 상처받는 것은 선생님이 자기를 포기했다고 느낄 때가 아닐까. 앤은 실수는

하지만 자책 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스스로 익혀나가고 앤이 양육하고 가르치는 아이들도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하는 자세를 배워간다.    


초록지붕 집에서 더 넓은 세상으로

사실 드라마에서는 앤이 졸업 후 에이번리에 돌아와 길버트와 연애를 바로 시작하는 것으로 

연결짓지만 원작에서는 그 사이에 선생님으로 역할에 전념하고, 지역 사회원으로 에이번리에 

기여하고 개선회 임원으로 일하며, 집에 와서는 데이비와 도라를 입양해서 기르는 앤의 활동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2권의 말미에는 길버트와의 결혼이 살짝 암시되어 있는 정도. 

마릴라를 위해 잠시 에이번리에서 학업을 미루었던앤은 레드먼드에서 다시 대학을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기로 마음먹는다. 한층 성숙해진 자신과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길버트와 함께. 

(앤이 대학을 다시 가기로 마음먹기 전에 다이애나는 동네 친구인 프레드와결혼한다. 절친의 

결혼 소식에 역시도 자신 역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듯)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자잘한 실수의 빗줄기 너머 무지개가 뜨는 앤의 미래는!


"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빛과 같았던 아이였다. 앤이 누군가를 만나 한줄기 빛을 비추듯 미소 짓고 말 한마디를 건네면, 그 사람은 잠시나마 희망을 찾고 사랑을 느끼며 삶을 긍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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