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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킴박사 Sep 24. 2019

남편의 임신 #6

남편의 연구

건강한 출산 방법은 멀리있지도 않았고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몸이 원래의 모양을 유지하도록, 그 자연스러움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기의 개월별 옷가지와 침대, 기저귀, 유모차는 꼼꼼히 준비했었다. 그러나 정작 출산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몸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건강한 출산에 대한 고민의 외곽틀에서 해결책을 보여줄 지식 퍼즐들을 조각조각 모아 담았다. 오랜 고민으로 수없이 밤을 지세우고, 영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건강한 출산에 대한 질문들을 해결해 나갔다. 신기하게도 해부를 하면 할수록 몸의 구조가 얼마나 출산을 위해 완벽하게 디자인되어있는지 보여왔다. 산모와 태아의 몸은 9개월간 서로가 교감하며 성장하도록 최적화되어있었다. 산모가 숨만 쉬고 있어도 만삭된 아기는 충분히 자연스럽게 출산이 가능할 정도로 여성의 몸은 완벽하게 창조되어 있는 것이다. 



    출산 당일, 현장에서의 역할에 대한 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너무 무지했다.

 

그런데 나의 아내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그것은 바로 몸과 마음의 긴장이었다. 자연스럽지 않았던 몸의 구조와 자세가 원인이었다. 아기의 개월별 옷가지와 침대, 기저귀, 유모차는 꼼꼼히 준비했었다. 그러나 정작 출산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몸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또 다른 원인은 바로 남편인 나였다. 남편으로서 아내의 편의를 위해 병원 일정과 예약을 알아보고, 빠듯한 유학 경비를 줄여 출산용품을 넉넉히 준비했지만, 임신 중 아내의 몸과 마음을 위한 남편의 역할을 제대로 몰랐다. 출산 당일, 현장에서의 역할에 대한 준비와 대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너무 무지했다. '아빠'로서의 준비는 개념 조차도 없었다. 남편도 임신을 해야했다. 가슴에 아기를 품어 매주 차수가 넘어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커져가는 기대와 부담을 가져야했다. 막연히 잘 될거란 생각보다 부부가 함께 임신하여 서로 출산을 위한 몸과 마음을 준비해야 했다. 


 

출산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출산은 아기만 태어나는 날이 아니었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치열하게 사랑하고, 행복한 과정을 겪고 이런저런 구체적인 준비 끝에 결혼식을 치른다. 결혼한 여자는 아내로, 남자는 남편으로 불리고, 둘은 부부가 된다. 출산도 마찬가지다. 출산을 통해 아내는 엄마로, 남편은 아빠로 태어나는 날이며 부모가 되는 날이다. 출산은 결혼식 만큼이나 세밀하고 정성스런 여러 준비와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준비한 만큼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날이 될 것이다. 건강한 출산 방법은 멀리있지도 않았고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었다. 몸이 원래의 모양을 유지하도록, 그 자연스러움에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부부가 함께 부모로 태어나기 위한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감격의 날이다. 부부가 함께 준비하고 손을 맞잡고 시작하는 출산은 아내의 산고와 산통에 대한 용기를 주며,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옥시토신 호르몬은 산통을 넉넉히 뛰어 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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