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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킴박사 Sep 24. 2019

아내의 순산, 둘째 브이백 #7

아내를 고백 

고백했다. 아내의 몸을. 순산을 위해 아내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을 남편으로서 도와주었다.




"여보 나 임신했어"

아내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마음도 떨렸다.

긴 호흡을 내쉬고 아내의 손을 잡고 이야기 했다.

"걱정마 모든 게 잘 될거야. 이번에는 건강하게 자연출산하자"


 드디어, 아내가 다시 임신을 했다. 앞서 두 번의 수술을 받았기에, 병원으로부터 또 다시 제왕절개를 추천 받은 것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건강한 출산 프로젝트는 비밀리에 완성되어 있었다.

아기의 건강한 출산이 우선순위이니 지금 몸 상태가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건지 산부인과 전문의와 우선 상담을 하자. 이번 출산은 한국에서 하니까 훨씬 더 좋을거야. 미역국도 먹고, 산후조리도 할 수있으니.

아내의 몸을 스크린 했다. 골반과 척추를 포함한 출산을 위한 몸의 구조는 괜찮았다. 그러나, 육아로 지친 몸의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긴장은 완화되어야 했다.  

 

"음…" 

 지인이신 산부인과 전문의께서 희망이 깃든 아내의 질문을 받으시고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시며 조금 망설이셨다. 브이백 (VBAC: Vaginal Birth After Cesarean Delivery, 제왕절개후질식분만) 자연출산을 하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소화하시고 계셨다. 표정으로 답변을 하시고 싶으신 듯 했다. 표정을 잘 못읽는 아내를 확인 하신 듯 답변을 주셨다.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브이백 해볼 수도 있긴 합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자연출산 잘 준비 해볼께요"  


 나도 함께 임신했다. 아내의 입덧에 나도 속이 울렁거린다. 새롭게 시작할 박사과정과 학회 일정과 국제센터에서의 일들로 바빴지만 내게는 아기를 위한 마음의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두었다. 아내의 몸을 고백(Goback & Confession)하기 시작했다. 아내도 운동을 하며 고백된 몸을 유지해나갔다.

 주말에 남산도 거뜬히 올라가는 두돌 넘은 아들의 버거운 활동량을 인지하고 아내는 지방에 있는 친정에서 머물다가 출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출산 3개월 전에 친정으로 내려온 딸을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시는 장모님과 기막히신지 연신 웃어대시는 장인어른은 동시에 나를 쳐다보셨다. 나는 머리 속으로 '임신의 웰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가족의 지지가 임신웰빙을 가능케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발적 지지일수록 더 좋다. 에너지 넘치는 아들은 근처 사촌들과 어울리고, 아내는 육아에서 조금 여유를 얻어 그 여유로 태교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서울과 3시간 거리의 처가댁을 자주 오가며 임신의 힘듦을 함께했다. 


 새벽 4시반. 24시간 벨소리 모드로 설정된 전화벨이 울렸다.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도 진통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일찍 병원으로 가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오쯤 출산할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에서 운전해서 가는 것 보다 새벽 KTX를 타고 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다. 5시 넘어 병원에 도착한 아내는 관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여유롭게 기다리기로 했다. 나도 기차에 몸을 맡기고 설레는 맘으로 출산을 하기 위해 출발했다. 기차가 도착하기 직전 전화벨이 울렸다. 장모님이었다.


"김서방, 축하하네"

아! 아내가 출산했다. 빠르게 열려진 자궁문은 아침 7시에 10센티 모두 열렸다고 한다. 그리고 20분 뒤 아내는 딸을 출산했다. KTX 보다 더 빠른 택시를 타고 기차역에서 병원으로 날아갔다. 병실에 누워있는 아내는 나를 보고 미소 지으며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 힘줄 때 붙잡을 게 없어서 차가운 침대 철봉대를 잡았다며. 남편이 없어 아쉬웠지만, 자연출산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아기가 누워있는 신생아실로 걸어갔다. 유리벽에 눈을 붙이고 나의 딸을 지켜보았다. 아기가 숨쉬고 있었다. 안아주고 싶었다.


'고생했다 딸아. 네가 이 세상에 나올 때 아빠가 너를 처음으로 꼭 안아주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아쉽지만 아빠가 조금 늦었구나. 그래도 건강하게 출산통로를 잘 통과하여 와준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아이를 지켜보며 나도 혼자 유리벽 앞에 서서 차가운 유리에 손을 대고 가슴으로 출산을 했다. 다시 아내가 있는 방으로 갔다. 아내와 따뜻한 미역국을 함께 나눠 먹었다. 30대 중반 아내의 두 번째 출산은 ‘자연출산’ 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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