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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Flight Apr 30. 2020

객실 승무원이 되다

- 신입 승무원 안전 / 서비스 훈련 -


1. 신입 승무원 안전 훈련


2004년 10월 1일, 객실 승무직으로 발령이 났다. 15명의 승무원 동기가 생겼다. 동기들은 부서도 다양 (정비/운송/여객/교육 등), 직급도 다양 (과장부터 사원까지), 나이도 다양 (20대부터 40대까지) 했다.


객실 훈련원 교육은 안전과 서비스로 나눠져 약 3달간 진행된다. 안전 교육은 어렵기로 악명(?) 높은데, 교육 기간 중 10번 이상의 필기 테스트, 또 수 번의 실기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필기 테스트는 평점이 90점이 넘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생소한 항공기 용어들, 안전/보안 장비들, 수백 페이지가 넘는 매뉴얼, 외울게 수두룩하다. 실기 테스트도 실전과 같다. 항공사고는 자칫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가 없다. 일반직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동기들이지만 집에 가면 새벽까지, 다음날 필기테스트 90점을 넘기 위해 , 그날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고 외웠다.


이 과정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는 신입 승무원들도 다. 필기 테스트 평균 90점 이상을 맞지 못해 중도 하차하는 신입 승무원들도 있다. 강사들은 일부러라도 (?) 더 빡세개 교육을 시킨다. 약한 사람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그런 사람 현장에 보내봤자 동료 승무원, 승객들에게 민폐만 되기 때문이다. 승무원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때로는 강하고 단호한 면이 요구되는데, 이 정도의 교육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승무원으로서 자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동기들은 무사히 안전 교육을 마쳤다. 중간에 몇 번 고비가 있었다. 그 고비의 주인공은 부끄럽지만, 나였다. 필기 테스트 평균이 90점을 넘어야 하는데, 나 혼자 그걸 못 넘기고 있었다. 역시나 난 머리 쓰는 일 맞지 않는 걸까? 마지막 시험을 다 맞아야만 겨우 90점을 넘길 수 있는데, 평소 하는 걸 보니 백점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담당 강사님이 퇴근 후 나랑 나머지 공부를 해주신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 외워야 할 부분을 꼼꼼히 설명해 주시고, 외우게 도와주시고... 가까스로 통과할 수 있었다.




* 기내 화재 진압, 응급 환자 구조, 난동 승객 진압, 육상/해상 비상 탈출, 탈출 후 생존 훈련..제목만 들으면 무슨 특공대 훈련 같겠지만, 신입 승무원들이 받아야만 하는 훈련들이다. 비행기 타면 생글 생글 웃고있지만, 비상 사태가 발생하면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져야하기 때문이다.


* 2016년 5월 일본 하네다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 직전 엔진에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비상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평소 승무원들이 이러한 비상 사태에 대비해 철저한 훈련을 해온 덕분이다. 관련 기사는 구글에서 <대한항공 하네다 비상 탈출>이라고 검색해 보자.



2. 신입 승무원 서비스 훈련


서비스 교육은 밝고 맛있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웬 맛이냐고? 서비스 교육 중에 맛보는 기내 와인, 다양한 음료와 음식이 맛있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적어봤다. 참고로, 퍼스트나 프레스티지 교육은 정말 맛있다. 최고급 기내 와인과 기내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을 마칠때쯤 되면 '확찐자'가 된다.


서비스 강사님들의 말투도 온화하고 부드럽다. 얼굴은 항상 스마일. 교육생이 실수를 하더라도 웃으며 부드럽게 지적했다. 강사들은 교육생들이 닮고 싶은 롤모델이 되었다.


그렇다고 교육이 대충 진행됐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안전 교육보다 더 엄격하게 진행됐다. 예를 들면, 교육 시간에 지각하면 벌점, 어피어런스나 자세가 불량해도 벌점, 수업시간에 졸아도 벌점, 표정이 안 좋아도 어김없이 벌점을 받았고, 이렇게 쌓인 벌점이 일정 점수가 넘으면, 짐을 싸서 원래 부서로 돌아가야 했다.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서비스 교육에서도 배우고, 외울게 산더미다. 이코노미 클래스 서비스 절차와 내용, 식음료 종류와 서비스 방법, 각국 출입국 절차와 서류 작성법, 국적별 승객 특징과 응대법 등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우다 보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머리 쓰는 게 젬병인 나에게는 서비스 교육도 벅찼다. 그래도 훈련원 시계는 돌아가고, 서비스 교육의 하이라이트인 종합 테스트 날이 되었다. 그동안 배운 서비스 지식과 자세, 노하우를 승객 역할을 하는 강사님들에게 테스트받았다.


익숙하지 않은 스마일과 동작으로 서비스를 하려니 입 주변은 경련이 나고, 동작은 서툴렀다. 강사님이 돌발 질문을 하면 갑자기 얼음! 서비스와 동시에 승객이 원하는 답을 해야 하는데 멀티 서비스(서비스하면서 승객 질문에 답하기)가 잘 되지 않았다.


테스트가 끝나면 강사님이 한 명씩 불러 개별 코멘트를 해주셨는데, 담임 강사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빙그레 웃으신다. "오늘 서비스 한 승무원 중에 스마일이 제일 좋고, 서비스도 노련했다. 앞으로 현장 가면 잘할 것 같다"며 칭찬해 주셨다. 역시 서비스 강사님이라서 '서비스 멘트'가 훌륭하다고 생각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역시 나는 머리보다 몸 쓰는 게 체질인가 보다.


세 달간 진행된 안전/서비스 교육 후 수료식을 했다. 강당에 모여 강사님들로부터 승무원의 상징인 '윙'을 받았다. 동기들과 '수고했다'라고 서로 격려해 주며 '앞으로 비행 잘하자'라고 다짐했다. 내일모레는 비행 실습을 간다. 내 첫 비행 목적지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실제 비행은 교육과 어떻게 다를까? 실습 비행을 앞두고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 서비스 교육 동안 본격적으로 서비스맨/우먼으로서 필요한 자세와 태도, 화법 등을 익히게 된다. 본인이 서비스 분야에 맞는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서비스 교육에서 좌절을 겪게 된다. 수년간 굳어진 자세와 말투, 스마일이 짧은 교육으로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훈련을 통해 개선이 되더라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비스맨/우먼은 평소 자신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첫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스마일이다. 아무리 이쁘고, 잘 생겨도 얼굴에 미소가 없으면 차가워 보인다. 서비스맨/우먼의 스마일은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그곳이 서비스 현장이라면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평소에 습관이 돼 있지 않으면 이것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입 꼬리가 올라가는 스마일을 연습해 보자. 하루 몇 분이라도 좋으니, 젓가락을 물든지, 맨 입으로라도 '김치'를 입안에 넣고 자연스러운 미소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연습해 보자. 연습이 오래되면 습관이 된다. 스마일은 서비스 맨/우먼의 최고의 매너이다.


* 화법도 중요하다. 평소 사용하는 단어를 적어봐라. 긍정적인 표현이 많은지, 부정적인 표현이 많은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대화가 뚝뚝 끊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치기보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등의 표현으로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과 대화를 하면 쉬 지치고 피곤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원한다. 나는 어떤 화법의 사람일까?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할까?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할까?


'구글'에서 검색한 신입 승무원 훈련 수료식 사진. 이 사진 내가 찍은 거다. 다들 내 교육생들이었다. 수료식때 꽃을 던지지는 않는다. 내가 훈련생들에게 시킨거다. 이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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