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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썽 Sep 03. 2023

땡볕이 밉다

아녀, 뜨거워야 혀.

처서가 지난 후로 한풀 꺾인 더위는, 무슨....

여전히 땡볕이다.

해진 후엔 확실히 시원해졌지만, 해가 버티고 있는 한낮에는 여전히 뜨겁고, 뜨겁다.

양산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뜨거운 햇볕 속을 걸어와 글을 쓰고 있자니, 오늘은 쨍한 그림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여름의 논.

초록이 가득한 대지에 쏟아지는 강렬한 태양.

그리고 그 태양의 기운을 먹고 자라는 벼.

김제의 햇볕은 유난히 더 뜨겁다.

여름방학이나 여름의 주말이면 매일 뜨거운 논 한가운데서 참새를 쫓아야 했기에 나는 땡볕이 미웠다.

하루 종일도 아니고 새 쫓으러 잠깐 나와있는 시간에도 이글이글 타는 그 들판은 너무 뜨거운데,

어른들은 하루하루를, 평생을 그 뜨거운 들에서 보내면서도 뙤약볕을 불평하는 소리를 못 들어본 게 못내 신기했다.

뜨거워야 나락이 잘 익고, 뜨거워야 쌀이 좋다고 했다.

논에 물 대고, 물 빼고, 새 쫓고, 피 뽑고, 약치고, 비료주며 자식처럼 돌보는 나락이 잘 익기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만큼 태양이 뜨겁다.

올해도 풍년이어라. 매년 풍년이어라.


한여름 봉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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