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이 그대로 고스란히
넓고 조용한 들판을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 하나,
세상은 변해도 이 들판은 그대로겠구나.
내가 나기 전에도 이 모양이었을 테고, 내가 어릴 때 본 기억 속 논의 모습도 지금 그려놓은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논 한복판에 송신탑이 서있다.
김제 백산에 있는 외갓집 마루에선 이 송신탑이 보였다.
저녁이 되면, 송신탑의 모서리마다 빨간 불빛이 켜졌다.
그 빨간 불빛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크고 동그랗게 빨리 돌리면, 빨간 불빛은 수십 개의 루비 목걸이가 되었다.
고개를 세차게 돌려야만 가질 수 있었던 내 상상 속 빨간 루비 목걸이.... 그 불빛들이 다 보석이길 바랐었나.
승용차를 타고 그 송신탑 옆 도로를 지나갈 때마다 보석 목걸이가 갖고 싶었던 꼬꼬마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이제 외갓집은 거기 없다.
외할머니도 세상을 떠나셨고, 외갓집도 허물어졌다.
그 자리 그 집터에 내가 또 갈 일이 있을까만은, 부신마을 그 집터에 서게 된다면, 나는 또 고개를 동그랗게 휘저어 돌려보게 될 것이다.
내가 어릴 때 그 논에 두고 온 그 빨간 루비 목걸이가, 거기 그대로 있을 것만 같다.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이 풍경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곱다시: 변함없이 그대로 고스란히.
오래오래 한결같았고,
앞으로도 한결같을 김제의 풍경에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