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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썽 Aug 18. 2023

만경낙조전망대

엄마와 아빠가 있는 풍경

2020년 봄, 코로나로 인해 폐쇄되었던 군산공항이 8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공항세 포함 19,800원에 왕. 복. 티켓을 구했다.


오랜만에 집에 가는 거라 설레는 건지,

가족들 두고 혼자 가는 거라 어색한 건지, (결혼 후 혼자 집에 가는 게 처음이었나. 낯선 기분이었다.)

거의 공짜표나 마찬가지인 항공권을 잡아서 땡잡은 기분 탓인지,  설렘 속에 시골에 갔다.


엄마는 가을에 집에 온 나를 데리고 순천만 국가 정원을 보여주고 싶어 했지만,

오후에 김제에 도착한 관계로 순천만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꿩 대신 닭, 만경강 습지에 갔다. 꿩 대신 봉황이었다.

순천만에 가본 적이 없어 순천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길은 없지만 만경강 습지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만경강으로 지는 노을을 한참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는 저만치 앞에서 걸어가시고, 엄마는 익숙하게 아빠 뒤를 따라 걸으시고, 나는 그런 엄마아빠의 뒷모습을 핸드폰에 담는다.

그리고 그 모습을 그려본다.


엄마와 아빠의 걷는 속도가 느려졌다.

걷는 속도가 느려진 만큼, 두 분이 늙는 속도도 느려져야 할 텐데...

그래서... 나는… 계속 누군가의 딸로 있으면 좋겠다.

딸 노릇은 잘 못하면서도 계속… 딸 하고 싶다.



만경낙조전망대


가을빛과 엄마아빠의 뒷모습이…
따숩다.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그것이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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