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되게 일하는 예술가들에게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언제나 제 몸이 가장 편안한 방식을 선택합니다.
특히 아이패드로 디지털 작업을 할 때에는 누워서 그리기도 하고, 엎드려서 그리기도 하고, 소파에 기대어 손목에 쿠션을 받치고 그릴 때도 있습니다. 물론 평범하게 앉아서 그릴 때도 있고요. ㅎㅎ (사실 지금도,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ㅎ)
이 자세가 좋을까, 저 자세가 좋을까 고민하다 보면 결국에는 제 몸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자세를 택하게 됩니다.
물론 저의 작품은 소중합니다. 많은 정성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몸보다 소중하지는 않습니다.
절대로, 내 작품이 내 몸보다 소중하지 않다!
저는 단지 멋진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림은 저에게 삶의 활력이고, 저 자신을 위한 가장 정직한 표현입니다.
그림을 그릴 때 저는
가장 저답고,
마음이 정화되며,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작업을 할 때는 늘 ‘내가 지금 편안한가?’를 먼저 살피게 됩니다.
가끔은 아무것도 그리고 싶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땐 억지로 손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괜찮아, 쉴 자격이 있어”라고 말하며 느긋하게 휴식을 줍니다.
몸이 너무 뻐근하고 무거울 때는 찜질방에 가기도 합니다. 뜨거운 온기에 몸을 맡기고, 묵묵히 쉬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다시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손이 그림을 향하게 됩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됐습니다.
건강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작품을 잘 만드는 것보다, 내 컨디션을 챙기며 오래오래 창작할 수 있도록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걸요.
요즘은 SNS를 통해 매일같이 새로운 작품을 올리고,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는 작가님들을 자주 뵙습니다. 그 열정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소진되면, 아무리 훌륭한 재능도 빛을 잃기 마련이니까요.
저는 바라고 있습니다.
예술가분들이 자신의 몸을 조금 더 아끼고, 마음을 돌보며,
조금은 느려도 오래도록 작업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하루쯤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창작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아주 긴 여정이니까요.
저는 믿습니다.
자신을 존중하며, 자신에게 친절하게 작업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가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창작할 수 있는 가장 건강한 방법이라고요.
저는 요즘,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창작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결국 창작은 나라는 사람 전체로부터 나오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몸은 매일매일 조금씩 바뀌는 존재잖아요?
과학적으로도 우리 몸은 하루에도 수많은 세포가 죽고 다시 태어나고,
그만큼 컨디션도, 감정도, 에너지의 흐름도 달라지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매일 똑같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지금 이 순간의 몸과 마음 상태에 귀 기울이는 게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창작자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창작활동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