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모스, 그 한마디로 스페인을 배웠다

by 디에고

바모스!!


스페인 사람들은 뭐만 하면 ‘바모스’다 VAMOS는 영어번역으로 찾아보니 Let's go이라는 느낌인데 약간 아무 때나 다 쓰인다고 보면 된다. 골을 넣어도 바모스!!!! 팀이 쳐져있을 때도 바모스!!!! 돌격 앞으로 이때도 바모스!! 다 ㅎㅎ

바모스라는 단어는 내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직관할 때나 메트로폴리타노, 콜리세움 알폰소 페레스에서 홈팀의 경기를 직관했을 때도 많이 들었던 표현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가 '바모스'다.




스페인 사람들

나는 ISFP의 MBTI 성격 유형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웬만하면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처음에 낯을 가리느라 다가가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잘 다가가긴 한다. 그것은 아이들이 나에게 먼저 주기 때문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어른들에게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달랐다. 대표님께서는 스페인 문화에서는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해주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아니, 한국이라면 오히려 더 못했을 것 같은데, 내향적인 성격의 나는 오히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Hola”를 외치면서 더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선수들과 인사하면서 항상 '하이파이브'를 하는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작은 스킨십으로 친밀함이 더해진 것도 있는 듯하다. 이렇듯, 스페인에서 약간은 다른 태도로 삶을 살았을 때 가까워진 사람들이 있다.

처음으로는 우리 숙소의 주인 할머님이시다. 처음엔 나도 스페인어를 아예 몰라서 영어로 대화했는데 할머님께서는 또 영어를 잘 모르셨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대화를 시도하다가 대화가 안 통하는 줄 알고 서로 멋쩍게 많이 웃었다. 그래도 스페인어를 조금씩 공부하면서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네고 그런 것들이 한두 번 쌓이다 보니 할머님께서도 늘 인자한 미소로 날 대해주셨다. 나는 '마드레'가 스페인어로 엄머라는 뜻이라는 걸 알고 할머님을 부를 때마다 '마드레' '마드레'하곤 했다.

KakaoTalk_Photo_2025-12-17-16-08-05.jpeg 내가 지낸 숙소의 부엌


두 번째분은 바로 우리 숙소 경비아저씨다. 경비아저씨께서는 항상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아파트 입구 문을 열어주시곤 하셨다. 그런데, 아저씨 표정이 엄청 무표정이시다. 솔직히 무서웠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처음에 숙소를 못 찾았을 때 이 아저씨께서 나를 숙소로 데려다주셨다. 아무래도 에어비앤비 손님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잘 찾아주신 듯한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 감사한 분이다.

처음에 이분의 표정이 너무나 포커페이스였던지라 나도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빠르게 빠르게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매일 문을 열어주시는 아저씨께 서투른 말로 '그라띠아스'라고 만날 때마다 건네니까 1-2주 지난 시점부터는 아저씨도 늘 나를 함박웃음으로 대해주셨다.

KakaoTalk_Photo_2025-12-17-16-08-15.jpeg 숙소 엘리베이터 - 항상 이곳에서 아저씨를 만났지

지금 글을 적고 보니, 아저씨랑 인사를 못하고 온 게 마음에 걸린다. 마음 한편에 그래도 늘 좋은 스페인 아저씨로 남아계실 분이다.


세 번째는 바로 에스코다. 에스코는 우리 팀의 코치이다. 키 큰 스콜스라고 해야 할까? 스콜스를 엄청 닮은 에스코는 금발 버리에 무표정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코치이다. 에스코의 첫인상도 그리 좋지 않았다. 아마 에스코도 나에게 그렇게 느꼈을까? ㅎㅎ 아무튼 키는 엄청 크고 매서운 눈으로 나에게 인사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내가 벤하민 친구들을 코칭하고 있을 때 운동장 저쪽에서 에스코가 보이면 달려가서 인사하고 또 팀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2주 정도가 지난 후부터는 에스코와 말이 통하지 않은 '찐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해도 좋다)

에스코도 나를 향해 함박웃음을 지어줬다.

KakaoTalk_Photo_2025-12-17-16-08-34.jpeg 나의 사랑 에스코


아디오스 스페인, 아디오스 마드리드


'아디오스'는 스페인어로 '안녕히 가세요'라는 뜻의 작별 인사지만, '멋 훗날 다시 보자'거나 기약 없는 헤어짐에 사용되는 말로 격식 있거나 의미 심한한 느낌을 주는 표현이다. 이제 스페인과 마드리드에 작별을 고하고 한국으로 되돌아갈 시간이다.


스페인에 온 첫날부터 시간은 정말 언제나 그렇듯이 빠르게만 지나간다. 라커룸을 보고 충격을 먹은 것은 옛말이고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상대 분석 미팅을 하실 때 폼롤러를 하고 자유롭게 앉아 있는 선수들을 보고


'감독님이 앞에서 말씀하고 계시는데 다리를 꼬고 앉아?'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스페인 선수들은 에두 수석코치님을 막 툭툭 치기도 했다. 장난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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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 2019년 대한민국이 FIFA U20월드컵에서 준우승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정정용 감독님의 인터뷰가 머리에 스치듯 지나간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나오고 선수들 스스로 동기를 만들면서 한 팀으로 강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짜 감독의 역할이 아닐까"

축구에 대한 부분뿐만 아니라 한 팀의 감독으로서 팀을 매니징 하는 방법도 배웠다. 선수들 간 공정하게 경쟁을 유발하되, 절대로 선발 선수들과 비선발 선수들에 차등을 두어 훈련시키지 않는 것(경기 후 회복운동은 선발선수들과 비선발선수들을 따로 해야 함이 마땅하다. 운동량에서 이미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도 눈여겨봤다. 만약, 훈련할 때 선발선수와 비선발선수를 나눠서 훈련을 하게 된다면 비선발로 분류된 선수들의 동기는 당연히 떨어질 것이다. (훈련진행 중 비선발-선발을 나눠서 훈련하는 것이 경기로 이어지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나의 생각은 공격수 조합의 선수들과 미들 그리고 수비선수의 조합이 연결돼서 훈련 때도 함께하고 경기 중에도 함께해야 시너지가 나지 않는가라고 질문했었다. 그런데, 아드리 감독은 그런 것 보다 고등학생 선수들의 동기를 계속 끌고 가는 방향에 집중하셨던 것 같다)


또, 비록 '실력'이 안될 수도 있지만 스쿼드 중 '한자리'에는 그 주동 안 훈련에 성실하게 임한 최고의 선수 한 명을 선별해 경기에 선발로 투입시키는 방법 또한 팀을 관리하는 중요한 지혜이다.


디에고 바모스!!!


여행의 마침표는 머니머니해도 공항과 캐리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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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되돌아가야 할 시간. 항상 짐을 쌀 때면 첫 여행 때 마음가짐과 오버랩된다. 시간을 처음 계획처럼 잘 보냈는지 반성하게 되기도 하고 또 낭비한 시간으로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챙기고 싶지만 그렇게 욕심을 부리다 보면 가방이 무거워지고 발걸음도 더뎌져 여행길이 힘들고 고되기만 할 테다. 그래서 버릴 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나는 앞으로 버릴 것은 버리기로 결정했다. 나의 부질없는 자존심을 버릴 것이고 또 ‘정답’을 알아야만 말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릴 것이다. 그래서 이것저것 다 꼬치꼬치 물어보고 다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여가시간’과 ‘게으름’을 버려볼 것이다.


디에고 바모스!!!!


지금까지 디에고 인 마드리드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인사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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