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2.일~2024.6.29.토
2024.6.2.일. D+21
아직 바깥 나들이가 무척 낯설다. 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계단을 오르고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오고 집으로 퇴근을 한다. 그렇게 끝이다. 한 주가 그렇게 흘러갔다. 동네 마트를 들르는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주치의를 소개해준 크루원 부부의 호출에 남산을 향했다. 남산 북측순환로는 업힐과 다운힐을 연습하는 러너들이 자주 찾는 코스이기도 하다. 나는 정형외과 의사인 크루원과 벤치에서 상처 부위를 논하였고 (올해는 달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수영과 로잉 머신을 권한다고 말하였다) 아내와 산부인과 의사인 또다른 크루원은 북측순환로 1회전을 하고 돌아왔다. 이후 함께 장충동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해가 지기 전인 저녁에는 연대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또다른 크루원과 동네 벤치에서 만났다. 그는 주말 농장에서 거두었다는 민트, 박하, 아욱, 줄기가 달린 당근과 각종 쌈채소를 건넸다.
2024.6.9.일. D+28
6월 9일은 <충청북도지사배 충주 탄금호 철인3종 대회>(이하 충주철인3종대회)가 있는 날이다. 충주철인3종대회는 2024년 오픈케어아이언맨크루 입문5기의 입문 대회로 결정이 되었다. 작년 입문4기가 입문을 한 세종철인3종대회는 2024년부터 아쿠아슬론(수영과 런 2종으로 이루어진) 대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5월 대회에서 부상이 없었다면 응원을 가기로 계획되어 있어 하루 종일 온 신경이 충주를 향했다.
전날부터 수온이 낮아 3종이 아니라 런과 사이클의 2종으로 진행되는 듀애슬론으로 대회가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대회 당일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이날 듀애슬론은 러닝 5킬로미터, 사이클 40킬로미터, 다시 러닝 10킬로미터로 진행되었다. 달리기 코스는 한 바퀴가 2.5킬로미터였기에 첫 번째 런은 2lap(두 바퀴), 두 번째 런은 4lap(네 바퀴)를 돌아야 했고, 사이클은 한 바퀴가 10킬로미터로 모두 4lap을 소화해야 했다.
대회가 시작된 이후에는 서포터로 참가하고 있는 (크루에서 참가하는 대회에는 선수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서포터들이 함께 한다. 이들은 선수들을 주로에서 응원하고 필요한 물품 혹은 필요한 사항들을 찾아 돕는 역할을 한다.) 입문4기들이 이미지와 함께 단톡방에 소식을 올려주었다. 입문5기가 모두들 완주에 성공하였고, 나머지 크루원들도 별다른 사건 사고 없이 대회를 마무리하였다는 소식에 크게 안도했다.
2024.6.16.일. D+35
6월 16일은 <2024 아이언맨 70.3 고성 대회>(이하 고성 대회)가 있는 날이다. (부상 이후 한 달 가량이 흘렀다.) 나는 부상 전에 대회를 신청하였으나 부상 이후 대회를 취소하였다. 고성 대회는 철인3종의 코스 중 두 번째로 긴 하프 코스 대회인데, 수영 1.9킬로미터, 사이클 90.1킬로미터, 달리기 21.1킬로미터로 이루어져 있다. 대회 명칭에 들어가 있는 70.3은 3종의 거리를 합친 킬로미터를 마일로 환산한 숫자이다.
대회에 참가한 친우들 둥에는 아이언맨 크루의 입문4기 뿐만 아니라 서코크의 크루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중에는 올초 수영에 입문하여 나와 함께 오픈 워터 연습을 한 크루원도 있었는데, 그가 물에서 나와 온 몸이 떨 정도로 긴장하였음을 알기에 걱정을 했다. 실시간으로 그들의 진행 상황을 체크했다. 여기서도 모두가 완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야 안심을 하고 일요일의 제대로 된 휴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24.6.25.화. D+44
병원 진료가 있는 날이었다. 수술 이후 사십 여일이 흘렀다. 주치의에게 할 수 있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었다.
질문. 목발로부터는 언제 벗어날 수 있나요?
대답. 지금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양발에 힘을 싣지 못하고 절룩인다면 목발을 짚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아픈 다리에 정확히 힘을 실을 수 있을 때 알아서 목발로부터 벗어 나면 됩니다.
질문. 수영은 언제부터 해도 되나요?
대답. 지금도 해도 됩니다.
질문. 스쿼트는 괜찮은가요?
대답. 한 달 뒤쯤 해보시죠.
질문. 달리기는 언제부터 할 수 있나요?
대답. (잠깐 쳐다보고 난 후) 추후에 다시 이야기를 하시죠.
질문. 술은 언제부터 마실 수 있나요?
대답. 지금도 마셔도 됩니다. 과도하지 않은 음주라면. 그런데 의사가 술을 권장할 수도 없고 말이죠…
여기서 ’과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양반 다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한지 물어보려 하였는데 그만 잊어 먹었다.
2024.6.29.토. D+48
오래 전부터 상암동의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스포렉스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다행스럽게 수영장으로 이동하는 통로의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어 목발을 짚고 조심스럽게 이동할 수 있었다. 풀에 들어간 다음 처음 얼마간은 걸었고, 이후에는 조심스럽게 자유형으로 레인을 돌았다. 부상 이후 처음으로 가민에 운동한 기록이 발생했다. 수영 775미터. 저녁에는 부상 이후 처음으로 술을 한 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