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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0 2024 아이언맨 구례

2024.9.28.토~2024.9.29.일

by 우주에부는바람 Oct 02. 2024

  “수렵채집인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계절마다 크게 달랐지만, 대체로 이들은 그 후손인 농부, 양치기, 노동자, 사무원 대부분에 비해서 훨씬 더 안락하고 보람 있는 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풍요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40~45시간 일하며 개발 도상국에선 평균 60시간, 심지어 80시간씩 일한다. 이에 비해, 지구상의 가장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는 수렵채집인, 예컨대 칼라하리 사막 사람들은 주 평균 35~45시간밖에 일하지 않는다. 이들은 사흘에 한 번밖에 사냥에 나서지 않으며 채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3~6시간에 불과하다. 평상시에는 이 정도 일해도 무리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칼라하리보다 더욱 풍요로운 지역에 살았던 고대 수렵채집인들은 식량과 원자재를 획득하는 데 이보다 더 적은 시간을 썼을 것이다. 이에 더해 이들에게는 가사노동의 부담이 적었다. 접시를 씻고 진공청소기로 카펫을 밀고 마루를 닦고 기저귀를 갈고 청구서를 납부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p.84,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


  1.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널려 있는 먹거리를 줍거나 사냥하는 수렵채집인의 생활 방식 대신 씨 뿌리고 배를 곯아가며 버티다가 결실을 맺는 방식의 농업인으로 나아간 인류의 생활 방식을 살피면서,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비이성적인 성향을 논한 바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12,000년 전, (그때 당시에는) 수렵채집인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고 힘만 오지게 드는 정착 농경인으로 변신하였다. 그리고 우리 몸 속엔 그 DNA가 여전하다. 


  2. 지난 주말 구례 아이언맨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을 응원하러 다녀왔다. 인간의 DNA에 간직되어 있는 어리석음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매우 리얼한 시간이었다. 구례 아이언맨 대회는 수영 3.8km, 자전거 180km, 달리기 42.196m를 (잠깐잠깐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연거푸 하는 대회인데, 참가한 선수들은 (돈을 받기는 커녕) 백만원 가량의 참가비를 내고, (서울 거주자라면) 막히는 도로를 다섯 시간 가량 달려 가서, 매우매우 빠른 경우 10시간 아래로, 보통은 12시간에서 14시간가량, 늦어도 17시간 내에 세 가지 코스를 모두 끝내야 한다. 혹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오만한 자긍심이 생긴다면 이 킹코스 대회의 응원을 한 번 다녀오길 권한다. 여러모로 겸손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3. 구례에 가기 전 철인 입문 동기의 세컨 하우스가 있는 장성에 들렀다. 그곳에는 동기의 어머님이 살고 계셨는데, 대추와 감을 따주시고 술자리에도 함께 하셨다. 지금 일흔 둘이신데, 예순 여덟에 남편을 보내고 그때 운전 면허를 따셨다는 대단한 어른이시다. 그 어른이 남편을 먼저 보내고 (일은 원래도 내가 다 했으니) 딱히 아쉬울 것이 없었는데, 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먼저 간 남편이 사오던 군것질거리는 가끔 생각이 나네." 


  4. 장성에서 구례로 가는 길에 아내가 인공 지능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인공 지능의 학습 속도가 워낙 빨라, 이제 데이터화된 인간의 지식은 모두 학습을 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 지능은 더이상 학습할 데이터가 없다는 것인데... 아마도 전인류가 아무리 열심히 컨텐츠를 생산해낸다고 해도 학습 속도와 처리 용량을 생각한다면 인공 지능은 거의 놀고 있는 셈이 아닐까.


  5. 그렇다고 AI가 아이언맨 대회에 참가할 수는 없을 것인데, 아직까지는 인공 지능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학습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조정법은 순식간에 익히겠지만 군것질거리를 떠올리지는 못할 것이고...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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