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6.일
아이언먼 크루 입문을 위한 수영 테스트가 있은 후 이십여 일 뒤에 첫 번째 공(식)훈(련)이 있었다. 입문반의 훈련을 도와주는 크루 선배들은 물론 입문반에 적을 두기 시작한 우리들도 모두가 직장인이었으므로 대부분의 훈련은 일요일 혹은 토요일에 진행되었고, 모이는 시간 또한 대부분 일곱시를 넘기지는 않았다.
철인3종 훈련을 위해서는 가족의 배려가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입문반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사십대인데, 이들은 운동뿐만 아니라 직장과 가정에도 소흘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린 아이를 두고 있는 동기들은 훈련보다 집에 가서 아이들과 놀아 줄 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실토하고는 했다.
입문반의 첫 번째 공훈은 목동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시작되었고 집합시간은 여섯 시 사십 분이었다. 이 날 우리는 트랙 러닝과 수영 두 종목을 훈련하기로 예정되었다. 보통 이런 훈련은 일주일 전에 공지되었고, 그 공지에 참가 가능 여부를 댓글로 남겨야만 했다. 댓글의 양식은 자신의 닉네임 / 공지 숙지 여부 / 참석 여부로 이루어졌고, 입문4기 열다섯 명 중 열세 명이 첫 번째 훈련에 참가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훈련 공지글은 보통 일시, 훈련종목, 집합시간, 집합장소, 훈련대상, 준비물, 훈련내용 그리고 동의 사항으로 이루어진다. 동의 사항의 경우 훈련 참가가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졌고 안전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댓글에서 숙지하고 동의했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숙지와 동의를 의미한다.
입문4기 첫 번째 훈련의 내용은 트랙런(동적 스트레칭/트랙훈련 방법)과 CPR교육, 수영훈련(슈트착용/기초훈련)으로 구성되었다. 이에 따라 준비물로 런복장, 로닝화, 모자(선택), 수건, 수영복, 수모, 수경, 웻슈트, 비닐/장갑(웻슈트 착용 시 사용), 뉴트리션(선택), 샤워용품을 요구하고 있다. 여섯 시 사십 분에 모여 몸을 풀고, 일곱 시부터 여덟 시 오십 분까지 런 훈련을 한 다음 야홉 시 삼십 분까지 용산초등학교 수영장으로 이동한다. 열 시까지 수영장에 입장하여 열 시 오십 분까지 CPR 훈련을 하고 십분 휴식 후 열한 시 오십 분까지 수영 훈련을 하고, 수영장에서 퇴실한 이후 열두 시 삼십 분에 해산하는 일정이었다.
다들 첫 번째 훈련에 대한 부담을 갖고 운동장에 모였다. 아직 입문반 동기들끼리의 안면 인식도 부족한 가운데 훈련을 위하여 투입된 크루의 선배들 앞에서 다들 조금은 위축이 되었다. 게다가 훈련을 위하여 모인 입문4기의 인원수보다 우리를 돕기 위해 모인 선배들의 인원수가 더 많았으니 꽤나 부담스럽기도 하였다.
여하튼 그날의 런과 수영을 떠올리면 부끄러운 마음이 가장 앞선다. 런에서는 1천미터 T.T(여기서 TT는 Time Trial의 줄임말이다, 1천미터 TT 라는 것은 1천미터를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으로 달린 기록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1천미터를 죽기살기로 뛰어보아라, 라는 의미이다)를 10K T.T로 오해하여 괜스레 머릿속이 복잡하였고, 이 오해를 옆의 동기와 공유하여 그분의 머릿속까지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수영장에서는 그만 슈트를 거꾸로 입고 말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입는 대부분의 옷과는 달리 오픈 워터를 위한 웻슈트는 지퍼가 등쪽에 달려 있다. 그러니까 막혀 있는 앞부분을 입고 그 다음에 뒷면의 지퍼를 올려아 하는 형태인 것이다. 게다가 재질은 고무이고 우주복처럼 상하의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라 착의가 익숙치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고 슈트가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해 가면서 동기들에 늦지 않게 입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지 억지로 양다리를 끼워넣고 상체를 넣는 과정에서야 앞뒤가 바뀐 사실을 눈치챘다. 슈트를 다시 벗고 다리부터 끼우는 심난한 과정을 다시 한 번 해야 했는데 주변의 선배들이 눈치를 채고 얼른얼른 도와주었다.
첫 번째 공훈은 어색하고 당황스럽고 부끄럽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누리는 즐거움을 주었다, 라는 말은 물론 집에 돌아와 크게 한숨을 쉰 다음에나 가능했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여럿이 함께 하는 훈련은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그만큼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분인 것 또한 사실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아예 새로운 것을 배울 일이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그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경우는 더더욱 많지 않다. 새로운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배운다는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남은 주말 시간 내내 기분을 고양시켰다. 그저 첫 번째 훈련이었을 뿐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