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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25 철인3종이라는 버킷리스트

2023.3.14.화.

by 우주에부는바람

철인3종은 다른 운동에 비하여 진입 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어디 철인3종이나 한 번 해볼까, 하며 신발끈을 묶고 집을 나선다고 해서 곧바로 시작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철인3종의 세 가지 종목이 수영과 사이클과 달리기라는 것 정도는 알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합하여진 철인3종이라는 운동 자체에 문외한인 이는 많다. 당장 집을 나선다고 해도 수영장으로 가야 할지, 사이클을 사러 가야 할지, 동네 천변으로 나가 달리기를 해야 할지 결정이 쉽지 않다. 동네 수영장의 터줏대감, 자전거 도로의 속도광, 알파3로 무장한 달리기 크루원을 합쳐 놓아야 철인3종이 가능한데, 갑자기 무슨 수로… 때문에 많이 대중화되었다고 하는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철인3종 인구도 2000명 정도가 전부이다. (참고로 2020년 기준 수영은 100만명, 로드 사이클링은 300만명, 달리기는 500만명 정도가 즐기는 것으로 추산한다.)


만약 철인3종 대회에 참가하고자 한다면 일단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흔히 독립군이라고 부르는 형태인데 대한철인3종협회에 개인 자격의 가입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한철인3종협회의 가입은 요청받은 정보를 모두 기입하고 회비를 내고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으로 교육을 완료하면 승인이 이루어진다. 그 다음에는 유튜브와 블로그를 검색하고 지인을 총동원하여 철인3종을 위한 훈련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대한철인3종협회에 나와 있는 대회정보(대회기간, 대회장소 등)를 확인하고 참가 신청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각의 대회마다 난이도가 다르고, 올림픽 코스와 하프 코스와 킹 코스로 구분이 되어 있으니 이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잠시 철인3종의 코스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올림픽 코스는 올림픽의 트라이애슬론 경기의 코스와 일치한다. 철인3종의 첫 번째 입문 대회라면 올림픽 코스를 선택하게 될 터인데, 수영 1.5km-사이클 40km-달리기 10km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 하프 코스이고, 수영 1.9km-사이클 90km-달리기 21.1km(마라튼 하프코스)이다. 킹 코스는 아이언맨 코스라고도 하며 수영 3.8km-사이클 180km-달리기 42.2km(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스프린트 코스가 있으며, 수영 750m-사이클 20km-달리기 5km이다.) 각각의 코스는 일정한 시간 안에 완주를 해야 하고 이를 컷 오프 시간이라고 하는데, 보통 올림픽 코스는 3시간 30분, 하프 코스는 7시간 30분, 킹 코스는 17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이는 세 종목 전체를 끝내는 시간을 의미하고 각각의 종목별 컷 오프는 따로 있고, 이러한 컷 오프 시간은 대회별로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대회에 참가를 위한 절차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으로서는 복잡하다 느껴지는 데다 선택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많은 대회를 앞에 두고 눈이 어지럽다. 독립군은 이 모든 과정을 맨땅에 헤딩의 정신으로 돌파해야 하는데 만만치가 않다. 철인3종이라는 버킷 리스트를 채우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철인3종을 하고 있거나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치기 일쑤다. 지인 찬스가 무산되었다면, 검색을 통해 철인3종이 가능한 클럽을 찾고 회원에 가입한 뒤 각종 메뉴를 들락거리며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처음 철인3종협회에 가입하던 순간의 의욕은 시나브로 가라앉고, 끊어 놓았던 수영장은 이번 달 연장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고, 달려보자 집 밖으로 나갔다가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아도 금세 돌아오고 만다. 싸이클은 선택의 폭도 넓고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만 제풀에 그 돈으로 여행이나 가자 하면서 어물쩡 넘어간다. 그렇게 철인3종은 지워지지 않는 버킷 리스트로 남아 있게 될 확률이 높다.


내가 철인3종 완주라는 버킷 리스트를 구체화시킨 것은 2023년 초의 일이다. <오픈케어 아이언맨크루 철인3종 입문4기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모집 글에 반응하였다. 긴 제목을 풀어 설명하자면, ‘오픈케어(OPENCARE)’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달리기 및 철인3종 클럽이고, ‘아이언맨크루(IRONMAN CREW)’는 오픈케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철인3종을 완주한 이들로 구성된 크루이며, 이 크루에서는 철인3종에 도전하는 이들의 입문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2023년에 그 네 번째 기수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연세대 대운동장의 트랙에서 함께 달리는 이들 중 한 명이 아이언맨크루의 크루원이었고 그녀를 통해 이미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었다. 모집 인원은 15명으로 제한되어 있었고, 나는 모집 글이 올라온 다음 두 번째 순서로 신청을 완료했다. 물론 단순히 버킷 리스트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욕만으로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집 글에는 상식적인 수준의 가입 조건(해당 클럽의 가입 유무나 건강 상태와 같은) 이외에도 어느 정도의 허들이 존재한다.


‘오픈케어 아이언맨크루 철인3종 입문4기 프로그램’(이후 입문4기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려면 10킬로미터 이상 혹은 30분 이상을 달려본 경험, 수영은 3개월 이상의 경험과 1킬리미터의 완주 경험, 사이클은 30~40킬로미터를 타 본 경험이 있어야 했다. 이와는 별개로 마라폰 풀코스, 100킬로미터 사이클 라이딩, 실내 수영장 2.5킬로미터 혹은 오픈워터 2킬로미터 중 어느 하나는 수행을 할 수 있어야 입문4기 프로그램에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이와는 별도로 500미터를 13분 안에 들어와야 하는 수영 테스트가 존재했다. 수영을 정해진 시간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이후의 사이클과 런을 할 수 없고, 게다가 오픈 워터의 특성상 실력이 되지 않으면 생명을 앗아가 수도 있어 불가피한 테스트였다. 자격 요건을 갖추고 테스트를 통과한 이후 15명의 입문4기의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철인3종 완주를 위한 두번째 방법이었다.


독립군으로서 철인3종을 완주한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고, 어떤 클럽이든 입문을 위한 준비반에 적을 두게 되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만 물론 행운은 거기까지이다. 사실 철인3종에 도전하는 이들 대부분은 이런저런 운동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이미 운동에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철인3종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들은 자신이 지금까지 얼마나 운동에 태만하였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그렇게 얼마전까지도 운동에 미친 사람이었던 입문반의 동기들은 갑자기 강등된 이등병처럼 운동 초짜가 되었다. 이제 모두들 운동이라는 단어 대신 ‘훈련’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야 했다.



* 2024년 6월 기준 대한민국 철인3종 클럽의 랭킹은 아래와 같다.

1. 10under 2. 부산사직트라이 3. 대전철인회 4. OPENCARE 5. 도싸철인 6. 안양시철인3종협회 7. NEO 8. BIG WAVE 9. 영일철인클럽 10. 청주철인클럽



* 2024 국내 주요 철인3종 대회는 아래와 같다.

제20회 대구광역시장배 전국 철인3종 대회 2024.5.11~12

2024 챌린지 군산-새만금 2024.6.2

제5회 충청북도지사배 충주 탄금호 철인3종 대회 2024.6.8~9

2024 아이언맨 70.3 고성 2024.6.14~16

제27회 설봉 철인3종 대회 2024.8.10~11

제8회 경기도지사배 전국 철인3종 그레이트맨 하프 대회 2024.8.24~25

제13회 이사부장군배 삼척그레이트맨 철인3종대회 2024.9.21~22

2024 아이언맨 구례 2024.9.27~30

2024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 컵 2024.10.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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