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가 봐도 다정하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이어서, 내가 너를 사랑하는 데에 이견이 없었어. 나만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거든. 남몰래 너를 사랑하던 사람은 아마 내가 눈치챈 것보다 더 많았을 거야. 둘이 나눈 대화를, 밤새 나누었던 전화 통화 속의 목소리를, 아프다는 말에 한참을 걱정했던 그 표정까지 네 사랑에는 다정이 가득했거든. 너는 몰랐겠지만, 내가 네 사랑을 받는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지독할 만큼이나 나를 미워할 이유가 되기도 했어. 그 사람에게 받았던 미움을 네 탓으로 돌리자는 것도 아니고 책임을 묻고 싶은 것도 아니었어. 너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거야. 선이 확실한 다정함에 빠지면 끝도 없다는데, 그거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거든. 여기저기 다정한 주제에 불안하게 하지 않는 당신을 나는 많이 사랑했어. 당신도 나를 많이 사랑했다고 했잖아. 우리는 이제 단둘이서 만나지도 않고, 잠을 아껴가며 대화를 나누지도 않지만 내 새벽에는 가끔 당신이 머물다가 가. 다시 만나자는 말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나를 데리러 오라는 주정을 부릴 만한 배포는 없어서 아직 지우지 못한 사진을 들여다보는 걸로 나를 위로해.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고, 그 어색한 웃음을 보고 또 어색하게 웃었잖아.
다정한 너는 부고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도 타박 듣지 않을 존재의 건강에 왜 그렇게 민감한지, 아프다는 말은 또 어디서 네게 전해진 건지, 내가 좋아하는 죽을 손에 들고 집 앞에서 기다리다 마주치자 죽만 놓고 가려고 했다는 그 말을 하는 당신은 모르겠지. 어쩔 줄 몰라하며 차마 손을 뻗지도, 감추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물 한 잔도 들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런데 이제 나한테 그만 다정하면 안 될까. 나는 아픔을 양분 삼아 버티고 사는 사람인데, 당신이 그렇게 굴 때마다 거기에 그어진 선이 얼마나 선명한지 제일 잘 아는 내가 자꾸 그 선을 넘고 싶어 진단 말이야. 열한 자리 번호를 모두 누르고 전화 버튼을 차마 누르지 못하고 차라리 휴대폰 전원을 꺼버리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