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 나는 아주 당연한 존재인 거지. 관심을 주지 않아도 되고,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어디 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존재. 당연히 네 뒤에서 너를 기다릴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거잖아. 어디서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서 무너지는 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너한테 헤어지자고 한 거야. 나를 한 번도 네 옆에 세워준 적 없는 너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있잖아.
헤어지자고 말한 건 나인 주제에, 밤마다 찾아오는 네 생각에 꿈이 무서워 잠도 제대로 못 잘 줄 알았으면 조금 더 기다릴 걸, 조금 더 참을 걸이라는 생각을 해. 자주 볼 수 없는 게 아주 볼 수 없는 것보다 나은 게 될 수 있을지는 몰랐어.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살다가, 네가 나 없는 삶에 적응해서 이제 나는 아주 보고 싶어 지지 않을 것만 같아서 너무 무서워. 그렇게 살다가, 네가 힘들어서 나를 보고 싶어 질 때가 오면 그때 연락 한 통만 줘. 그냥 그날 밤만 보고 싶어도 괜찮아. 나는 이제 너를 가끔 보는 걸로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