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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달빛 Nov 28. 2021

엄마, 형아가 준 거 엄청 멋지지?

인생 치트키, 감사! 챔피언! 감사하는 네가!



우리 일곱 살 준이는 요즘 종이접기 삼매경에 빠졌다. 처음에는 늘 나에게 접으라 하고 구경만 하더니 조금씩 스스로도 접기 시작했다. 끝이 뾰족해지고 접은 선이 분명해졌다. 물론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난도가 올라가면 준이의 눈이 흐릿해지거나, 영혼이 떠난 듯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든 끝까지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속으로 놀랐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못하겠어 그만할래' 한 마디 안 하고 완성품을 만드는 모습이 나를 고무시키기까지 했다.


아무튼 준이가 그렇게 접고 있자니 네 살 민이가 다가와서


"내 꺼느응~~ 내 꺼능~~ 나도 줘!!!!!"


했다. 준이가 눈을 굴리더니 나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엄마가 접은 건 나를 주고, 내가 접은 것은 민이를 주면 어때?"


자신의 완성품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결과물은 어른인 나의 마무리가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나는 당연히 좋다고 말했고 민이도 경쾌하게


"쪼아! 나 꼭 주기다아~."


하고는 씻으러 아빠가 있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오늘 우리가 시작한 미니카는 쉽지 않았다. 나도 도중에 몇 번을 펼쳤다 다시 접었다 했다. 준이도 한숨을 푹푹 쉬며 자신이 접던 것을 멈춘 채 내가 접는 것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가 많았다.




시간이 흐른 후 다 씻은 민이가 내복을 새로 입고 뽀송뽀송해져서 다가왔다. 어찌어찌 나는 완성을 했고, 준이는 1/3 정도 완성된 미니카를 대충 누르고 구겨서 민이에게 전달했다. 준이는 민이의 등장에 마음이 급해지다가 완성하기를 포기한 듯했다. 무엇보다 엄마가 완성한 미니카로 얼른 놀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순간


'민이가 뭐라 하면 어떡하지? 나는 이걸 하나 더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데 민이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나사 빠져 보이는(?) 그 미니카를 가슴에 소중히 안더니,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미니카에 얼굴을 비볐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으음~~~ 엄마 이거 내 미니카 중에 최고야! 으음~~~ 너무 멋지지? 형아 진짜 고마워."


하면서 너어무 행복한 것이다. 형아를 꼬옥 안아주기까지 하는 것이다.




나는 문득 이 순간 최고 행복한 사람은 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노력 끝에 접을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한 준이도, 모두 완성해서 준이에게 준 나도 물론 기쁘다. 그런데 뭐랄까 '들인 노력과 얻은 결과의 비율' 측면이랄까...? '감사'는 멋진 치트키라는 생각 말이다.


민이가 느끼는 행복의 크기는 자동차의 완성도와는 완전히 무관했다. 그냥 전적으로 감사하는 사람의 그 행복감은 '맞다 틀리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 사람에게 니 거 정말 형편없다고, 그거 다 만든 것도 아니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봤자 그 행복감에 작은 스크래치도 못 낼 거 같았다. 아니 그 감사함으로 충만한 사람의 마음에 굳이 팩트를 알릴 필요도 못 느꼈다. 오히려 그걸 설명하고 있으면 스스로 우습게 느껴질 거 같았다. 내가 민이라도 딱히 누가 알려주기를 원하는 마음도 없을 거 같다. 감사함이 마음에 가득하다면 말이다.


형아가 준 자신의 미니카를 형아의 것과 비교하고 여기저기 자세히 들여다보고 뜯어보면서 못난 것을 찾다 보면 저 행복한 마음은 지금 민이 것이 아니겠지...?


예전에 '행복해지기 위한 열 가지 조건'을 접한 적이 있다. 열 가지 중 다섯 번째가 떠오른다.



5.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는 습관을 가지라.

자신에게도 감사와 행복의 말을 전하는 것을 잊지 말자.


감사 근육도 자주 써야 강해지는 것 같다. 불만에 집중하다 보면 쉽게 감사한 부분을 지나치게 된다.



 우리 민이의 저리도 행복한 표정에서 '작은 일에도 감사의 말을 전해야지'하고 배운다.






행복해지기 위한 열 가지 조건



1.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을  용서해 버리라.

과거의 상처를 되씹고 있는 한 현재에 행복을 느낄 수 없다.


2. 스스로 무조건 행복해지기로 마음먹고 행복한 상황을 선택하라.

자신의 마음만 제대로 절제할 수 있다면 세상의 행복은 다 내 것이 될 수 있다.


3.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그 각자가 소중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4. 지금 내게 있는 것,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하여 소중함과 감사함을 잊지 말라.

소중한 것은 언제 떠날지 모를 일이며, 감사할 일은 언제 다시 올 줄 모른다.


5.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는 습관을 가지라.

자신에게도 감사와 행복의 말을 전하는 것을 잊지 말자.


6. 내일을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보내지 말라.

오늘 참는 것과 오늘 불행한 것은 다르다.


7.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긍정적인 감정과 생각으로 하나씩 바꿔 가는 훈련을 하라.

세상은 늘 좋은 것만 혹은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8. 남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너무 많이 하지 말라.

내가 의지하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은 일단 자신의 일에 충실할 뿐이다.


9. 자신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후, 그래도 행복하다는 것을 인정하라.

세상에는 완벽하고 완전한 것은 있을 수 없다.


10. 남이 되려고 하지 말고 내가 되려고 하라.

남은 어디까지나 남일 뿐이며, 결국 세상에 나는 나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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