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로서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서 받는 무한한 사랑이다. 물론 아쉽게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학년 학생을 맡았을 때 아이들의 애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사람마다 잘 맞는 친구가 있듯,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성향과 기질, 성격에 따라 관계의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받기는 어렵지만, 누군가로부터 고마움이나 존경을 표현받을 때 교사로서의 깊은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 다문화 학급에서 만난 6학년 여학생으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 역시 유사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 아이에게 더 마음이 쓰였다. 우리는 그 아이와 사이가 좋지 않던 친구와 함께 카페에서 만나기도 했고, 내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함께 개천 옆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아이는 마음이 여리고 따뜻했지만, 자신을 미워하는 친구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그 아이를 두고 어떤 선생님들은 “쟤가 뭘 잘못했겠지.”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런 말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때로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졸업 후 그 아이는 내가 빌려준 책을 돌려주며 일본 간식을 선물로 주었고, 이후에도 종종 안부 문자를 보내오곤 했다. 지금은 지역을 옮겨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만약 그 아이가 중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상담을 원한다면, 나는 언제든 기꺼이 도와주고 싶다. 그 아이는 내게 여전히 소중한 제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 아이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제자 역시 다문화 특별 학급(한국어 학급)에서 만났다. 아무래도 최근에 만난 아이들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듯하다. 그 아이는 충동성이 강해 수업 중 교실을 몇 번이나 뛰쳐나가는 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힘들긴 했지만, 그 아이는 머리가 비상하고 아주 영리한 친구였다. 나에게 좋아하는 동요를 들려주기도 했고, 저학년 동생에게 열정적으로 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수업에 오는 것을 좋아해 준 그 아이 덕분에 나 역시 뿌듯하고 기쁜 마음으로 교실에 설 수 있었다. 가끔 "선생님 뭐 해요?"라며 문자를 보내오는 그 아이가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길 바란다.
모든 아이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세월이 흐르며 기억이 희미해지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힘든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만난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그리고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교사로서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깊이 돌아보게 된다. 혹시 내가 실수한 건 없었을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혹시 나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 그래서일수록 지금 만나는 제자들에게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다가가게 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상처 주지 않도록 노력하며, 좋은 기억으로 남는 선생님이 되고자 다짐한다.
여전히 부족하고 흔들리는 교사지만, 나의 이러한 애씀과 진심을 제자들이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도 나를 더 가다듬고, 성장시키는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