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스크루지

사람이 몰려드는 비결

by 루비

한국의 어느 마을에 스크루지라고 불리는 사내가 있었어. 그는 마치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스크루지처럼 지독한 구두쇠였지. 소설처럼 그를 깨닫게 해줄 유령이 나타날 리 만무하고 그는 자신의 잘못도 깨닫지 못한 채 외롭게 늙어가고 있었어.

그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도 언제나 자신이 항상 우선이었어. 급격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떠들며 돈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차별적으로 대했지. 그래서인지 정작 자신도 돈 많은 사람 앞에서는 위축되고 돈 없는 사람 앞에서는 천사처럼 굴었지. 속으로는 경멸하면서 말이야. 얼마나 이중적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였어. 어느덧 가까워지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순간 그는 본성을 드러내었어.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 자신이 더 잘났다는 것을 보여주며 으스댔지. 당연히 그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여자는 뒤돌아서 떠나가 버렸지.

그에게서는 점점 사람들이 떠나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는 생각했지. 세상엔 온통 못된 사람들뿐이라고.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그는 다시 친구를 만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람들을 찾아다녔어. 동호회도 다니고 SNS도 활발히 했지.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어. 자신의 어린 시절은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단 거야. SNS 속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과의 행복한 일상으로 가득한데 스크루지 자신은 자신의 가족들을 숨기기 바빴지. 그의 어머니는 늘 그를 지적하기 바빴고 그의 아버지는 틈만 나면 술에 취해 있었지. 그의 동생과 스크루지는 늘 불안 속에서 성장해왔어. 행복한 척, 건강한 척, 잘 사는 척 거짓으로 연기하며 살아온 것을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거야. 그는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땅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소리 내어 울고 말았어.

그 후로도 그는 한동안 자신의 삶이 왜 이렇게 어긋났는지 도무지 갈피를 못 잡았어. 그저 삭막한 세상이 싫고 사람들이 밉기만 했어. 그렇게 오랜 시간 힘들어했지.

그러다가 그가 자신과 똑닮은 사람을 만났어. 사람은 비슷한 사람끼리 가까워지기 마련이잖아. 자신처럼 쓸쓸하고 외롭다고 말하지만 한 번도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 없는 사람, 사랑받아본 적 없는 사람, 언제나 자신을 부정해왔던 사람을 만나게 된 거야. 그는 마치 거울로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았지. 그와 심하게 다툰 후 깨달았어.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세상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문제라고.

그러고는 부모에 대해 생각했지. 그토록 원망하던 부모. 그는 진정으로 부모를 이해하기 시작했어.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어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외롭게 자라야 했던 아버지를, 어려서부터 학교에 다니지도 못하고 공장에서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러 다녀야 했던 어머니를. 그것을 부끄러워하고 숨기기만 했던 자신에 대한 미움으로 한없이 눈물을 흘렸어.

그리고 시작했어. 사랑을 베푸는 일과 용서를 실천하는 일을. 가까운 사람들부터 한 가지씩 좋은 일을 실천했어. 따뜻한 차를 건네는 일,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일, 봉사활동을 자원했지. 그리고 자신의 독단적인 성격도 고쳐나갔어. 좀 더 유연하게 세상을 살게 된 거야. 그 밑바탕에는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 가장 큰 힘이었어. 예전처럼 자신을 미워하거나 의기소침해하지 않았어.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했어. 그러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어. 외로웠던 그의 인생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 그렇게 그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어.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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