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게임의 인기가 더 높아진 것 같다. 한 번은 학급 아이들을 데리고 분식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우리 반에서 유행하던 게임은 ‘배틀그라운드’였고, 그보다 몇 년 전에는 ‘쿠키런’으로 아이들과 대결을 벌이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접하게 되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의 문제 해결에 게임적 사고와 과정을 적용하는 일로, 소비자나 참여자의 관심을 유발하고 몰입도를 높인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날 ‘세바시’ 강연에는 총 다섯 명의 연사가 참여했다. 스피치 대회 수상 경력이 있는 두 명의 학생, 예비 창업가, 대전대학교 아동교육상담학과 박성옥 교수, 개그맨이자 유튜버인 조충현 님이 그 주인공이었다. 전 세계 게임 산업의 규모는 240~250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성장성과 파급력은 실로 대단하다. 최근에는 게임이 단지 여가 활동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취업 시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는 별개로, 여전히 게임 중독 문제로 인해 학생들과 부모 간의 갈등은 잦다. 그렇다면, 단순히 게임을 무조건 금지하고 반대하는 것이 과연 문제 해결의 답이 될 수 있을까?
다섯 명의 강연자는 각기 다른 시각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게임은 제 꿈을 이루는 도구가 되었어요.”
첫 번째 강연자 황찬우 학생은 로블록스 게임을 활용해 자신만의 게임을 직접 개발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경주의 황룡사 9층 목탑과 첨성대 등을 로블록스 안에서 구현했고, 이를 통해 세계 사람들과 가상공간에서 소통했다고 한다. 불에 타 소실된 황룡사 목탑과 내부 관람이 제한된 첨성대를 게임 속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은 가상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그는 게임 개발을 통해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고,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키웠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역사와 게임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것이다. 황찬우 학생에게 게임은 단지 놀이나 중독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였다.
“게임 덕분에 공부가 재미있어졌어요.”
두 번째 연예모 학생은 ‘모두의 마블’이라는 게임을 통해 경제 개념을 배우고, 자기주도 학습 능력까지 키웠다고 말했다. 이 게임을 하면서 매각, 인수 같은 어려운 용어를 익혔고, 부동산 가치와 자산 관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한다. 게임 시간을 지키기 위해 부모님과 계약서를 쓰기도 했고, 이 덕분에 시간 관리 능력도 향상되었다. 전교 회장을 맡을 정도로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게임이 오히려 자신의 성장에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나 역시 학창 시절 ‘퀴즈퀴즈’라는 게임을 즐겨했던 기억이 있어 공감이 갔다. 게임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또 다른 형태의 게이미피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게임이 절 다시 일으켜 세웠어요.”
세 번째 강연자인 고희수 님은 힘들었던 예비 창업 시절을 견디게 해 준 힘이 바로 게임이었다고 말한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11살 때 ‘테라리아’라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다양한 난이도를 극복하며 큰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 학교 부적응과 우울증, 탈모 등으로 고통을 겪고 결국 자퇴하게 된다. 그에게 다시 삶의 의미를 준 건 다름 아닌 게임이었다. 그는 게임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후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경험을 통해 인생의 ‘하드 모드’를 살아내며 창업을 꿈꾸게 되었다.
“아이들을 믿고 인정해 주세요.”
네 번째 강연자인 박성옥 교수님은 아이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가 궁금해 직접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게임을 경험하면서, 창의력과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점 등을 깨달았다고 한다. 게임 중독이 걱정된다고 무조건 질책하거나 금지하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어떤 점이 즐거운지를 함께 나누며 관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이는 ‘인정받았다’는 감정을 통해 스스로 조절력을 키우게 된다고 말한다. 게임을 함께 해 보는 것이야말로 자녀와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과 개그, 두 마리 토끼를 잡았어요.”
다섯 번째 강연자인 개그맨 조충현 님은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원 코인!”을 외치며 게임을 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강연을 시작했다. 개그콘서트 폐지 이후 지방 무대를 떠돌던 그는 좋아하던 게임과 개그를 결합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구독자는 현재 8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융합해 새로운 진로를 개척한 그의 이야기에, 유튜버를 꿈꾸는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게임을 단지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나 역시 학창 시절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잘 노는 법을 배웠던 기억이 있다. 박성옥 교수님에 따르면 게임은 사회적 기술을 익히고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릴 적 즐겼던 보드게임, 비석치기, 사방치기, 깡통차기 같은 놀이도 결국 게임의 일종이었다. 게임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함께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게임을 건강하게 활용하는 첫걸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