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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용기

by 재민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운동을 다시 시작한 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1월부터 시작했던 운동은 3개월 정도 이어오다 야근이 많아지면서 멈추었다. 그리고 한 달 후, 나흘정도 운동을 갔다. 그다음에는 공황장애가 오면서 멈췄다. 그리고 정신건강이 회복되면서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 일상이 무너지면 또 멈추고…. 다시 시작했다 멈춘 것이 너무 많이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멈췄던 시기에는 나름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허리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한쪽 다리가 저렸고, 심해져 두 다리 모두 저려왔다. 그리고 둔부에도 저릿한 감이 있어 정형외과를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은 비싸고 아픈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통원으로 주사를 4 회 정도 맞을 때까지 나는 운동을 멈췄다. 주사를 놔주신 선생님은 “오늘은 무리한 운동, 사우나, 술 하시면 안 돼요”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빌미로 삼아 운동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그러나 그 사이에 이사도 했고(나도 짐을 나르는 반포장 이사였다), 엄마와 김장도 거뜬하게 해내어버렸다. 허리에 무리 가는 것들은 다 하면서 정작 운동만 꾸준하게 미뤘다.


본가로 이사를 하고 며칠 뒤, 아파트 단지 헬스장 이용권 신청을 받겠다는 공지가 엘리베이터에 부착되었다. 세 달에 삼만 원. ‘그래. 다시 해보자!’라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아파트 헬스장에 찾아가 등록했다. 신규 가입이라 지문도 등록하고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필히 헬스장에서는 발바닥이 깨끗한 별도의 운동화를 신으라고 신신당부도 받았다. 그렇게 등록을 하고 나니 올해 956841번째로 운동할 용기가 생겼다.


헬스장 이용권이 시작되는 12월 1일. 나는 운동을 가지 않았다. 타당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마음이 그렇게 당겨지지 않았을 뿐.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환경에서 운동을 하는 게 두려웠다. 더군다나 나는 운동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관념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이건 강력한 삼위일체나 다름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지어먹은 마음은 사흘을 못 간다’라는 뜻이다. 식단을 시작하면 나흘째 되는 날 치팅을 하기 마련이고, 일기도 나흘 정도 쓰면 귀찮음에 펜을 내려놓기 마련이다. 아무리 속으로 굳게 마음먹어도 세 밤을 자고 나면 마음이 못 가는 게 사람이라고 말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말이다. 아마 그런 말을 남긴 선조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12월 2일. 나는 작심삼일이 아닌 작심삼용기를 냈다. 작심삼용기는 ‘마음을 먹으면 적어도 3번은 용기 내어라’라는 내가 만들어낸 우스꽝스럽지만 효과 있는 방법이다. 어떤 일이든 일주일에 3번 용기를 내어하면 습관이 된다는 학술적으로 검증이 전혀 안 된 나만의 방법이자 타협이다.


나는 그 후 일주일에 세 번은 용기 내어 운동을 하러 헬스장으로 향했다. 용기를 내니 12월에 찾아온 한파주의보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아직은 습관으로 자리 잡힐 만큼 오래 용기를 내지 않았지만, 조만간 운동을 가지 않으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 생활 운동인이 되어보리!


나는 ‘작심삼용기’를 일상에서도 많이 적용한다. 다이어트 식단을 할 때도, 아침 일찍 일어날 때도, 글쓰기 할 때도 나흘을 힘들게 하면 질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잠시 멈추어 무너지고, 다시 작심해서 세 번의 용기를 낸다. 몇 번의 멈춤이 찾아와도 용기를 내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서로에게 겨냥해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작심삼용기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달렸다 멈췄다 달렸다 천천히 달렸다 하면서 인터벌 훈련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질주하듯 전속력으로 달리면 얼마 못 가 숨을 헥헥거리며 쓰러지기 마련이니까. 체중감량에는 인터벌이 아주 효과적이니까. 누구나 모든 것을 매일 미친 듯이 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작심삼용기가 쌓이면 꾸준함이 된다. 꾸준히 하다는 건 하루도 빠짐없이 엄청난 양의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결과는 들쭉날쭉할지라도 그곳에 있는 것. 글쓰기라면 책상 앞에, 운동이라면 운동장에, 다이어트라면 건강한 식단 앞에 있는 것 아닐까.


PS. 오늘도 작심삼용기를 내어 오후에 운동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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