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었다. 거창한 의미는 없었다. 당시 나는 아내와 처형과 주기적으로 술자리를 갖고 있었는데 하루는 누군가가 -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처형이 아닐까 한다 - 매우 건설적인 제안을 하였다. "매번 술이나 마시는 거보다는 책을 한 권 읽고 그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때?" 세 명 모두 즉석에서 동의하였다 -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합의에 이르기 쉬운 법이다-. 우리는 독서모임의 책을 돌아가면서 고르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책을 만났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은 아내가 고른 책이었다. 평소 정신과적 질환에 관심이 많은 아내는 독서모임에서도 종종 관련 분야의 책들을 골랐다. 하지만 이 책은 그동안 아내가 고른 책들과 결이 달랐다. 주제는 민감했고 작가의 주장은 급진적이어서 불편하기까지 했다. 책은 '태어난 것이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 손해일 수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변론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저자 김원영 씨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반어적인 제목도 상당히 강렬했지만, '자발적'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작가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에 대한 시선에 대한 부분만큼은 공감한다. 그들은 실격당하지 않았다. 우리와 다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놓고 선 밖에 있는 사람들을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들을 기준에 미달했다고 생각하며 '비정상'이라고 낙인찍는다. 그렇다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누가 만들었는가? 무엇을 근거로 만들어졌는가?
철학자 미셸 푸코는 말했다. '정상적인 것'은 기본적으로는 다수를 말하는 것이며, 사회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귀찮은 것, 방해되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정리되는 것이다 - 지바 마사야의 《현대사상 입문》에서 인용 -. 다시 말해 장애인은 귀찮고 방해가 되기 때문에 '돌봄'이라는 미명 아래 주류의 틀 안에 넣는다는 것이다. 평소 아내에게 사회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핀잔을 듣는 나보다도 훨씬 부정적인 시각이다. 푸코의 아내는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는 이유는 그들을 돌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배려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우리와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하게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를 위해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돌봄'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우열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더 나은 사람이 그보다 못한 사람을 보살핀다는 뉘앙스가 숨어 있다. 장애인은 열등한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다수로 구성되어 있는 주류와 '다른' 사람들일 뿐이다.
센터에 다니는 친구들 대부분은 장애 등록을 한다. 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일련의 절차를 거치면 사회는 그들을 장애인으로 인정해 준다. 그 아이들이 - 정확하게 말하면 그 아이들의 부모들이 - 장애등록을 하는 이유는 푸코가 들었다면 실망할 만큼 현실적이다. 보통의 직장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특수교육비- 또는 교육비의 일부 -를 지원받기 위해서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군대에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 이 친구들을 잠시라도 본다면 이를 편법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
제이는 장애 등록을 하지 않았다. 사실 의사의 진단을 받으려면 받을 수도 있겠지만 하지 않았다. 내가 국가의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부유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직 희망의 끝을 놓지 않으려는 - 장애 등록을 했다고 해서 절망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 - 부모의 마음에 사회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시선이 더해진 결과인 것 같다. 다행(?)인 점은 장애 등록을 하지 않아도 특수지원교육센터- 교육청 산하기관 -에서 일련의 심사 과정을 거쳐 일반 초등학교 통합반-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반 -이나 특수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몇몇 혜택을 포기한 데는 내가 하겠다는 마음이 더 크다. 사회가 못한다면 내가 할 것이다. 내 힘으로 제이를 남들과 비슷한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할 것이다. 아니, 제이가 잘하는 것을 찾아내 그 부분에 있어서만은 앞서나가게 해 줄 것이다.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들과 조금은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덜 느끼게 해주고 싶다. 가뜩이나 예민한 제이가 상처를 받는 일을 되도록 줄여주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내 힘이 무척 세야 할 것 같다. 또 마음이 조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