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한 심정
문득 억한 심정이 든다.
마음속엔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이 잔뜩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친절과 여유로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예전부터 외유내강이 진정한 멋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비록 내 자신에게 여유를 주진 못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악몽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번 더 웃어보려고 애쓴다. 인터넷 글의 한 구절처럼, 부모님은 나에게 강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고운 흙을 주셨다. 많은 사람을 품으라고, 그 밭에 어떤 나쁜 것이 와도 고운 흙으로 덮고 보란 듯이 이겨내라고.
그런데 문득 억한 심정이 든다. 나의 조그마한 실수에 옳다 커니 이득을 취할 기회로 여기고 옴팡 뒤집어 씌운다. 어리숙한 나에게 사기를 치거나 마치 감정 쓰레기 통 마냥 악다구니와 화를 쏟아놓는 사람을 보면 마음속으로 짐짓 놀라고 또 실망한다 약한 나 자신에게, 악한 세상에게. 어쩌면 나는 그들의 실수에 친절로 넘어간 적이 많으므로 혹은 그들에게도 여유를 허락했기에 나의 실수에도 한번 즈음은 눈감고 내심 따뜻한 위로의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너무 많이 바라는 것 아니냐는 아내의 채근에도 짐짓 아쉬운 마음을 숨기기 어렵다.
그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 걸 아는데도 나도 모르게 억한 심정이 든다. 나도 힘든 적 많았으니 이 정도는 누려도 되는 것 아닐까. 당신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을 지키는 테두리 안에서 나도 내 마음대로 행동하고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하며 편법과 준법사이를 오간다.
이럴 때는 내 주변사람들이 나를 모른 척해주면 좋겠다. 어디서나 나를 보고 계신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이럴 때만큼은 그냥 모른 척해주길 바라며 이를 악물고 눈을 치켜뜬다. 다들 이렇게 사니까, 나이브한 사고방식으로는 호구처럼 보이니까.
나를 몰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몰아치는 건 나 자신만으로도 족하다. 아니다 나를 몰아치는 상황이 오더라도 넉넉히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는, 잠시 웅크려서 견뎌낼 수 있는 강한 마음과 몸을 갖고 싶다. 나 자신을 키워나가야겠다는 결심이 드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