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상 15화

20250814

억한 심정

by 밤호랑이

문득 억한 심정이 든다.

마음속엔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이 잔뜩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친절과 여유로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한다. 예전부터 외유내강이 진정한 멋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비록 내 자신에게 여유를 주진 못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악몽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한번 더 웃어보려고 애쓴다. 인터넷 글의 한 구절처럼, 부모님은 나에게 강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고운 흙을 주셨다. 많은 사람을 품으라고, 그 밭에 어떤 나쁜 것이 와도 고운 흙으로 덮고 보란 듯이 이겨내라고.

그런데 문득 억한 심정이 든다. 나의 조그마한 실수에 옳다 커니 이득을 취할 기회로 여기고 옴팡 뒤집어 씌운다. 어리숙한 나에게 사기를 치거나 마치 감정 쓰레기 통 마냥 악다구니와 화를 쏟아놓는 사람을 보면 마음속으로 짐짓 놀라고 또 실망한다 약한 나 자신에게, 악한 세상에게. 어쩌면 나는 그들의 실수에 친절로 넘어간 적이 많으므로 혹은 그들에게도 여유를 허락했기에 나의 실수에도 한번 즈음은 눈감고 내심 따뜻한 위로의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너무 많이 바라는 것 아니냐는 아내의 채근에도 짐짓 아쉬운 마음을 숨기기 어렵다.



그러면 안 되는데, 안 되는 걸 아는데도 나도 모르게 억한 심정이 든다. 나도 힘든 적 많았으니 이 정도는 누려도 되는 것 아닐까. 당신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을 지키는 테두리 안에서 나도 내 마음대로 행동하고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하며 편법과 준법사이를 오간다.

이럴 때는 내 주변사람들이 나를 모른 척해주면 좋겠다. 어디서나 나를 보고 계신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이럴 때만큼은 그냥 모른 척해주길 바라며 이를 악물고 눈을 치켜뜬다. 다들 이렇게 사니까, 나이브한 사고방식으로는 호구처럼 보이니까.


나를 몰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몰아치는 건 나 자신만으로도 족하다. 아니다 나를 몰아치는 상황이 오더라도 넉넉히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는, 잠시 웅크려서 견뎌낼 수 있는 강한 마음과 몸을 갖고 싶다. 나 자신을 키워나가야겠다는 결심이 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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