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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뚜니 Oct 27. 2024

자식의 행복은 부모의 전부다

엄마가 되어보니 알게 된 것들(3)

"엄마, 엄마는 우리를 대체 어떻게 키웠어?"


육아휴직을 하니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어른 사람과 말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래서 더 자주 엄마한테 전화를 거는지도 모르겠다. 하루에 한 번, 엄마와의 전화는 육아휴직 중인 나의 루틴이 됐다. 


엄마와 통화할 때마다 엄마는 대체 우리를 어떻게 키운 것이냐며, 육아가 이렇게 힘든데 나 혼자도 아닌 세 살 터울의 오빠까지 둘씩이나 홀로 키운 엄마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시절엔 바운서나 범보의자, 점퍼루 등 아기를 앉혀놓고 잠시 숨 고르기 하거나 에듀테이블, 꼬꼬맘 등 아기의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장난감도 별로 없었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늘 바빴던 아빠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퇴근해 돌아왔고, 외할머니는 너무 연로하셔서 육아를 도와줄 수 없었다. 엄마는 그야말로 '독박육아'를 했던 셈이다. 


"너무 힘들어서 한 번은 눈물이 막 났던 적도 있어. 아침부터 하루종일 육아하다 보면 저녁때 20~30분만 누가 아기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 근데 또 너희가 막 웃으면 그걸로 맘이 괜찮아지더라. 힘도 나고."


아침부터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올 때까지 홀로 육아 중인 나는 엄마의 말에 누구보다 공감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둘째고, 그냥 20~30분만이라도 내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아기가 잘 때 그런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아기랑 같이 자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게 된다. 요즘엔 이유식을 먹이고 있어서 아기 잘 때 이유식에 쓸 채소나 과일을 다듬고 찌고 다지느라 바쁘다. 또 언제 아기가 깰지 몰라 늘 귀를 열어두고 할 일을 한다. 한 마디로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여전히 육아를 놓지 못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래도 우리 집엔 쏘서 기능이 달린 보행기가 있고, 범보의자와 하이체어, 점퍼루가 있다. 또 에듀테이블이나 꼬꼬맘, 각종 불빛과 소리가 나는 장난감들이 있다. 이걸로 아기의 시선을 돌리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시절엔 기껏해야 보행기와 오뚝이가 전부였다고 한다. 육아의 어려움은 지금보다 그때가 훨씬 고됐을 것이다.


육아에 지친 엄마를 일으켜 세우는 건 역시 너뿐이구나


아무리 육아가 힘들어도 아기가 활짝 웃는 모습만 보면 이상하게 힘이 난다. 너무 힘들어서 죽상을 하고 있다가 내가 낸 입소리에 아기가 방긋 웃으면 한번 더 아기를 웃기기 위해 그 소리를 내고 또 낸다. 육아에 지친 엄마를 일으켜 세우는 건 역시 아기다. 아기를 낳기 전 육아하는 지인들이나 각종 미디어에서 많이 들었던 '아기 웃는 모습만 봐도 피로가 풀린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구나 새삼 느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아기 웃는 모습은 최고의 보약이자 비타민이다. 


그 시절 우리 엄마도 우리들 키워내느라 무척 힘드셨겠지만 우리가 웃는 모습에 또 힘을 내셨을 거다.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도 엄마는 우리가 마음 편히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밝은 목소리에, 오랜만에 본 웃는 얼굴에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계실 것이다. 부모는 그저 자식이 행복하면 그게 최고고, 그것이 전부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엄마와 전화할 때마다 이 얘기를 빼놓지 않고 꼭 말한다.


"엄마,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아기 보는 게 얼마나 행복한데. 엄마도 나 키울 때 그랬잖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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